해운대 주간 일기 15 – 이제는 블랙리스트가 사라져야 할 때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재인 정부의 ‘환경부 블랙리스트’와 오거돈 시정의 ‘부산판 블랙리스트’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임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산업부 등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심으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
‘부산판 블랙리스트’는 부산시 산하 25개 공공기관 임원 40여 명에게 사직서 제출을 종용했다는 것으로, 시장, 정책 특별보좌관, 대외협력 보좌관 등 3명을 기소하고, 함께 고발된 공무원들은 강압적 지시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고 불기소 처분을 한 사건이다. 그 당시에 거의 모든 공공기관의 임원, 간부들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임원도 있고,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채 잉크가 마르지 않은 분도 있었다. 암울하고 혼란한 시기였다.
대통령 선거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또 지방정부의 장을 뽑는 지방선거도 6.1일에 있다. 공무원 사회도 ‘새 술을 새 부대에’처럼 인사이동이 극심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에서도 설혹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임원은 인사에 자유롭지 않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나 지향하는 바가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다. 이전에 임명된 분들과 일을 함께 하기 쉽지 않다. 지향하는 바가 다른 사람과 일을 하면 삐거덕거리고, 이는 곧 정책의 수혜자인 국민에게 전가된다. 그래서 정권이 교체되면 산하의 공공기관장을 바꾸려 한다.
공공기관장은 정당한 절차를 거쳤고, 임기가 보장되어 있는 사람이다. 무턱대고 개인의 직업을 박탈하는 것도 개인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특히 경력과 능력을 가진 전문가로 영입되어 임명된 사람은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사표를 내게 된다면 억울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는 정권 창출에 기여했다거나 정권과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임명된 경우도 있다. 특히 공공기관의 ‘감사’ 자리는 대부분 이런 사람들이 자리한다. 소위 전리품, 엽관제의 산물이다.
이제는 공공기관의 임원의 임면에 대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먼저 기관장과 임원을 구별하고, 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기관장은 별도의 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신임을 얻지 못하면 새로운 기관장이 임명될 때까지 지위를 유지한다. 둘째는 공공기관의 역할과 성격도 고려해야 한다. 정책의 비중이 높거나 정책을 집행하는 일이 많은 기관과 단순히 관리하거나 전문적 지식에 기반 한 기관을 분리하여야 한다. 전자에는 정권의 입장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신임절차가 필요하다. 후자는 업무의 연속성이 더 강조되므로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공공기관 관련 법령에 이와 관련된 규정을 넣어 제도화했으면 한다.
일괄해서 사표를 받거나 콕 찍어 사표를 받는 블랙리스트가 없기를 기대한다. 법적 제도화를 통해 공공이익과 개인의 직업권 간에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