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 일기 17 –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생물학적 나이보다 사회적 나이로 물러나야 할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해주신 선배, 동료 여러분 덕분으로 명예로운 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무원 정년 4년 6개월을 남기고 공직을 그만두면서 한 말이다. 약관에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비교적 이른 나이에 고참이 되다 보니 생물학적으로는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또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용태 해야 했다.
완전한 은퇴를 하기에는 아직은 너무 젊다.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들도 있다. 20대일 때 일거리를 찾았던 것처럼 다시 앞으로 20년을 살아갈 일거리를 찾아야 한다. 선배를 만나고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서 계속 탐색을 해 나가고 있다.
선거 이후는 ‘늘공’과 ‘어공’이 충돌하는 시기이다.
보통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선거를 책임지고 도왔던 사람들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라는 이름으로 공직에 들어온다. 정책결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기도 하고, 정책결정에 보좌, 자문하는 자리에 온다. 그들은 대체로 자치단체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단체장의 공약을 실현한다.
‘늘공(직업 공무원)’은 공직 전문가로서의 역할에서 밀려나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그들은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정책의 방향이나 정책 실행의 디테일 부분에서 ‘어공’을 비판한다. 특히 정책결정의 보좌역으로 온 ‘어공’이 정책결정에 깊숙이 관여할 때는 불만이 전 공무원 집단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늘공’과 ‘어공’의 이런 갈등은 집권 초기에 인사 갈등을 야기한다.
대통령이든 자치단체장이든 본인이 공약한 정책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인사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공’과 ‘늘공’이 공존하기보다 충돌할 개연성이 더 크다.
MZ세대의 공무원들이 기존의 공직문화를 거부하고 있다.
공무원이 업무 수행 과정에서 느끼는 흥미, 열정, 성취감 등을 측정하는 '직무만족 인식'에서 재직년수 5년 이하 공무원들이 최하위를 기록하는 조사 결과가 있다.
MZ세대 공무원은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보장되지도 않는 현실에 급여도 낮아 보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점, 연일 민원인에게 시달리며 자존감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근무 환경, 동기부여를 막는 연공서열식 보상 문화 등에 좌절하고 있다. 또한 쉽게 바뀌지 않는 공직사회의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도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과거만큼의 노후 보장도 장담할 수 없다.
MZ세대 공무원들의 조기 '탈(脫) 공직'을 정부나 자치단체가 고민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회 현상이 됐다. 그들에게 공직에 대한 흥미, 성취감, 동기부여를 제공하여 개인 성장을 이끌고, 상명하복, 연공서열 등 기존의 행정문화를 개선해 주지 않는다면 공직은 서서히 무너질 것이다. 그들은 그들의 관점에서 ‘어공’을 바라보고, ‘늘공’과의 다툼을 지켜본다.
늘어나는 부부 공무원이 인사운영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부부가 공무원이 되면 결혼, 출산, 육아, 교육 등에서 시간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데다 양쪽의 공무원연금으로 퇴직 후 노후생활 보장에 유리하기 때문에 부부 공무원이 늘고 있다. 특히 시험 합격 후 교육 중에 동기끼리 또는 선후배끼리 결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부부 공무원은 물론 부모·자식 간 등 가족을 넘어 형부·처제, 4촌 등 친인척 공무원들도 많아지고 있다.
부부공무원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같은 기관에 근무하다 보니 남편(아내)에 대한 평판이 아내(남편)로까지 이어지거나 승진, 전보 등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원래 인사는 직무와 전문성, 역량 및 경력 등을 고려해서 적재적소 배치를 해야 하나, 부부나 친인척을 같은 부서에 배치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부부나 친인척도 마찬가지로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최근엔 공무원의 가족관계 개인정보를 제한하고 있어 누가 누구의 부부인지, 친인척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부부나 친인척을 같은 부서에 근무하지 않게 하는 ‘제척’이 바람직한지, ‘서로 공유해서는 안 되는 정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부부가 서로 평가자와 피평가자 일 때는 어떻게 할 건지 등등 인사운영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 특히 정(情)과 관계(關係)를 중시하는 우리의 행정문화를 감안하면 늘어나는 부부 공무원은 인사운영에 부담이다.
늘어난 공무원 수와 공공기관이 미래의 정부 운영에 큰 부담이다.
“현 정부는 이전 4개 정부 약 20년간 늘어난 공무원 수를 모두 합한 것(9만 6571명) 보다 더 많은 12만 9000명의 공무원을 늘렸다. 공공기관 수는 2017년 332개에서 2021년 350개로 늘었고, 공공기관 인력 정원은 11만 5091명(35%)이 늘었다.”는 보도가 있다. 과거 정부에 이런 사례가 있었을까.
공무원 수는 잘 줄어들지 않는다. 기존에 하던 업무가 없어져도 사람은 남아 있다. 과거 한 사람이 하던 일을 둘이 나눈다. 그렇게 생존한다. 그리고 새로운 일이 생기면 새로운 사람을 채용한다. 그렇게 늘어난다.
공무원 수가 늘어나면 인건비가 늘고, 사무경비 등 부대비용이 늘고, 나중에 공무원연금 수지에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공공기관은 정기적으로 조직진단과 과감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또 대부분 그렇게 운영해 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늘리는 것은 쉬워도 줄이는 데는 엄청난 저항과 아픔이 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새 정부나 지방선거 이후의 지방정부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조직을 만들고, 강호(江湖)의 고수(高手) 같은 좋은 인재를 등용하여 국가나 지방정부를 잘 운영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란다.(2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