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 일기 16 - ‘써니’와 6개월간의 동행이 아름답다.
‘밤이 깔렸다’
형법학자가 새긴 이병주의 법·문학·삶 이야기다.
저자 하태영 교수는 나림 이병주의 소설 10편을 소개하고 해설과 줄거리 그리고 어록을 담아 책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책에서 “어록은 명문장입니다. 삶의 통찰과 지혜가 담긴 나림의 육성입니다. 좋은 문장은 글쓰기 공부에 힘이 될 것입니다. 인문의 향연입니다.”라고 적고 있다.
하교수는 대학에서 같이 수학했고, 고시반의 조교와 고시생으로 지냈고, 독일 유학 시절이 겹쳐 빌레펠트, 베를린 등에서 만나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처음 서독의 뮌스트대학(MUNSTER UNI)에 유학했다가 독일 통일 직후 동독의 할레대학(HALLE UNI)으로 가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래서 누구보다 독일 통일의 전후 사정에 밝다. 하교수가 서독인과 동독인을 표현하는 ‘베씨와 오씨’의 생각, 생활환경 등을 직접 체험하고 느낀 경험은 주요한 지적 자산이다.
하교수는 형법학자로서 법조문의 한글화에 큰 관심을 갖고, '의료법' '생명윤리법' '연명의료결정법' '장기이식법' '공수처법' 등 '법은 읽기 쉬워야 한다'는 취지의 법률 문장론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책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하교수는 “학창 시절 이병주에 푹 빠져 살며 작가를 꿈꿨다”라고 말했다. 방대한 작업을 멋지게 해 낸 친구에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하교수의 열정이 아름답고, 그와 함께한 시간이 축복이고 소중하다.
퇴직 후 나의 존재를 인식하는 가장 루틴화 된 일상이 ‘써니’와의 동행이다.
일반적으로 반려견(伴儷犬)은 한 가족처럼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를 가리킨다. 반려견은 보호자와의 정서적 교류를 위해 함께 생활하는 개로, 서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성 교육을 받아 가정에서 뿐만 아니라 산책, 놀이터 등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학습한다. 심리학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학적으로도 반려견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써니는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몰타 섬이 고향으로, 고향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말티즈(몰티즈)이다. 말티즈는 비단결 같은 긴 순백색 털에 동그랗고 새까만 눈과 코, 귀족적인 우아한 자태가 출중하여 로마 귀부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품종은 다른 목적에 이용됨 없이 오로지 반려견으로서 대우받으며 살아왔다.
써니는 AI처럼 영리하다.
어린아이인데도, 크게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배변을 잘 가린다. 침대에 함께 있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혼자 배변 장소에 가서 볼일을 본다. 몸이 아플 때에는 혼자 구석진 곳으로 가서 자신이 아프다는 걸 무언으로 전한다.
써니는 어린아이처럼 귀엽다.
어린 아기들이 그런 것처럼 매우 활발하고 생기발랄하며 어떤 사람이든 좋아한다. 사람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 적대적 행위를 드러내는 사람에겐 우선 짓고 물러선다.
써니는 나와 공감한다.
내가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는 발밑에서 기다려주고, TV를 볼 때는 무릎에 앉기를 좋아한다. 평상복을 입으면 함께 산책하는 줄 알고 미리 나서고, 양복을 입으면 나만의 외출인 줄 알고 슬픈 표정으로 멀찍이 지켜본다.
사람은 모르는 일이다. 내가 반려견과 함께 할 거라는 것과 이렇게 동행을 하면서 서로 공감을 하리라는 것을 상상을 했겠는가. 아내의 외로움으로 시작된 써니와의 동행이 갈수록 짙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발밑에서 나에게 오감을 세우고 지켜보고 있다.(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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