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광효 Mar 16. 2023

해운대 주간 일기 56. 봄맞이 대청소와 손님맞이

해운대 주간 일기 56 – 봄맞이 대청소와 손님맞이


아침이면 나의 20년 넘은 애마로 번영로를 탄다.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건지, 꽃이 피어 봄이 오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지금의 도로변은 즐겁다. 붉은빛을 숨겨 수줍음으로 피는 동백꽃, 어린아이의 발랄함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개나리, 첫사랑의 순정이 투영되는 하얀 목련 등 도시민의 마음에 잠깐의 위로를 준다. 


따르릉!

시장님 전화다.

“부구청장! 지금 어디요?”

“사무실입니다.”

“사무실에만 있지 말고 관내 현장 좀 점검하시오. 지금 벡스코 주변 도로시설물 등이 지저분하고 엉망인데, 손님들이 우리 부산을 어떻게 생각하겠소. 특히 해운대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종종 이렇게 전화를 주셨다. 해운대가 다른 곳보다 깨끗한 이유 중의 하나다. 그런데 어제 본 해운대 도로는 자랑할 만하지 않다. 


은퇴 후에 버스와 도시철도, 직접  운전으로 도시를 다닌다. 공직에 있을 때보다 도로와 도시환경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오늘도 집을 나서 번영로를 타고 구서동으로, 다시 중앙동으로, 최근 개관한 부산근대박물관으로, 부두로를 거쳐 용호동과 센텀시티를 지나 집으로 왔다. 


부서진 도로 시설물, 울퉁불퉁하고  누더기 같은 도로노면, 질서 정연하지 못하고 어지러운 주변 공사 현장, 현수막과 광고판에 가려진 도로 공간 등 도로환경이 어지럽다. 특히 북항 가까이 있는 부두로는 좀 심하다. 동승자가 차 때문인지, 도로 때문인지 너무 덜컹거린다고 푸념을 한다. 


공무원이 외국 시찰을 가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도로 환경이다. 교통표지판, 도로 시설물, 노상적치물, 광고판, 상점, 보행하는 사람과 건축물들을 한눈으로 보고 느낀다. 그것으로 그 도시를 평가한다. 4월에 오는 손님도 그럴 것이다. 부산의 그런 모습을 알려고 할 것이다. 


봄이다.

집집마다 봄맞이 청소를 한다.

학생시절엔 교육감 등 귀한  손님이 오신다고 하면 일주일 전부터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겨우내 묶은 때를 털어내야 한다. 하물며 일생일대에 한번 맞이할 손님이 온다는데 어찌 손 놓고 있겠는가. 환영의 손짓도 좋고, 깃발도, 불꽃도 좋지만 근본은 깨끗하고 질서 있는 도시환경이다. 


지금쯤은 온 도시가 시끄러울 정도로 정리하고 청소할 때인데 요란한 목소리만 있다.(23.3.16)


#해운대주간일기  #주간일기  #손님맞이 #봄맞이대청소 #expo


작가의 이전글 해운대 주간일기 55. 부산과 가깝고도 먼 일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