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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Aug 16. 2023

65. '파친코'와 '우키시마호' 침몰


해운대 주간일기 65 - '파친코'와 '우키시마호' 침몰


광복절이 지나갑니다.


아래 소설을 읽으면서 재일조선인, 동포들의 삶이 애잔함을 느낍니다.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그들의 삶이 조선 땅에 남아 있을 때나, 광복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살아간 세월이 먹먹하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최근 부산일보에서 보도한 부산행 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 침몰로 인한 사망자나 일본 땅에서 살아 돌아오지 못한 영혼들을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위로해야 합니다.


재일동포, 재일한국인들의 삶을 다시금 살펴 나가는 일에 부산이 앞장서면 어떨까요. 그들의 거의 대부분이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갔으니까요. 또 제일 가깝고 교류가 활발한 곳이지 않습니까.


파친코(Pachinko), 이민진 장편소설(1편)에서 따온 글


1. 부산, 영도


- 훈이 어머니는 무를 썩둑썩둑 썰고 있는데도 움직임이 없는 묵직한 소나무 도마 같았다.


- 나이 든 여인치고 손주를 품에 안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어린아이들은 잠들었다가 깨어나지 못했고, 여자아이들은 국수 한 그릇에 순결을 팔았으며, 노인들은 젊은이들만이라도 끼니를 때우라고 죽을 자리를 찾아 몰래 떠났다.


- 오메, 가슴보다 배가 기억이 오래가나봐예


- 나라를 잃은 거야 다 우리 잘못이지예. 나도 그건 압니더. 망할 양반들이 우릴 팔아넘겼다 아닙니꺼. 배짱 있는 양반이 한 놈도 없심더.


- 선자는 한수의 이야기와 경험에 빠져들었다. 한수의 경험은 먼 곳에서 온 어부들이나 노동자들이 들려준 모험보다 훨씬 특별했다. 이제는 영도와 부산 밖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볼 사람이 생겼다.


- 전 씨가 생각하기에 종교라는 것은 너무 많이 배운 사람들이 직접 일하기 싫어서 하는 부정한 돈벌이였다.


- 우연이라는 것도 있다네. 우리는 그런 가능성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해. 모든 것을 하나님의 계시로 여기는 태도는 위험하다네. 어쩌면 하나님은 항상 우리에게 말씀을 하고 계시는데 우리가 듣는 법을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 하지만 선자는 한수의 첩이 될 수 없었다. 불구였던 아버지는 남들보다 더 가난하게 자란 어머니를 사랑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아주 소중히 여겼다. “너한테는 세상에서 제일 다정한 아버지가 있데이”. 선자는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스러워했다.


- 요셉은 “똑똑한 인간들, 특히 그런 인간들을 조심해야 해. 조선인은 타고난 말썽꾼이야” 일본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들었다.


- “여기는 돼지하고 조선인만 살 수 있는 곳이야, 하지만 우린 잘 지낼 거야”


2. 모국


- 요셉은 열심히 일하는 남자는 혼자 힘으로 가족을 돌볼 수 있어야 하고 여자는 집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에 가기 전에 손톱 밑에 낀 기계기름 얼룩을 지우려고 희석한 잿물로 씻고 뻣뻣한 솔로 양손을 사정없이 문질렀다.


-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 아내가 대부업자들 밑에서 일하는 것과 요셉이 그들에게 빚을 지는 것 중에서 무엇이 더 나쁠까? 조선 남자에게 선택이란 항상 엿 같은 일이었다.


- 노아가 큰아버지에게 숨기는 비밀은 더 이상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는 것과 일본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선자의 작은 눈에 불안의 빛이 서려 있다면 이삭의 커다란 눈에는 포용의 빛이 가득했다.


- “노아야, 나보다 훨씬, 훨씬 더 용감해. 너를 한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


- 선자는 밝은 달빛과 차갑고 푸른 바닷물을 사랑했듯이 한수의 얼굴을 사랑했다.   또 자신의 삶을 결코 떠난 적 없는 이 남자를 선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 한수는 일본인들이 작정하면 병적일 정도로 다루기 힘든 사람들이 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선인과 아주 흡사하지만 일본인의 고집은 더 조용했고 알아채기가 더 어려웠다.


- 모자수는 자신이 이른바 불량한 조선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너희가 나를 짐승 취급한다면 진짜 짐승이 돼서 너희를 해칠 거야” 선량한 조선인이 될 뜻이 없었다.


- 모자수는 먼저 엄마와 가족을 망신시켜서 미안하다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한 다음에 자기가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 고로는 “남자가 되려면 화를 참는 법을 알아야 돼. 네 가족을 돌봐야지. 훌륭한 남자는 그렇게 해. 알겠냐?” 모자수에게 말했다.


- 젊은 시절 요셉이 유일하게 원하는 것은 가족을 돌보는 것이었다. 지금은 자신이 가족을 미래를 갉아먹고 이었다. 요셉은 죽음에 가까워진다고 느낄수록 죽음이, 돌이킬 수 없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극도로 두려워졌다. 하지 못한 일이 아주 많았다. 하지 말았어야 했던 일들은 더 많았다.


- 아이의 얼굴이 빛나 보였고 기뻐하는 것 같았다. 선자는 이 일이 노아에게 어떤 의미가 될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이 반짝반짝하고 눈부신 꿈을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한순간에 빼앗을 수는 없었다.


- 창호는 다른 사람을 위해 위대한 나라를 세워야 한다고 믿는 젊은이였다. 경희는 평양으로 꼭 갈 필요가 없는데도 가려하는 창호를 존경했다.


- 경희는 아무 불평 없이 충실히 남편을 섬겼다. 경희처럼 마음씨 곱고 아름다운 사람은 없었다. 경희는 자신의 본질을 훼손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 노아가 말했다 “어떻게 더러운 것에서 깨끗한 것을 만들 수 있겠어요? 엄마가 날 더럽혔어요. 난 백이삭처럼 정직하고 겸손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요. 이제는 내가 야꾸자 핏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았어요. 어리석은 엄마와 범죄자 아버지라니. 난 저주받았어요”. “당신, 당신이 내 삶을 빼앗았어요. 난 더 이상 내가 아니에요”


- 선자가 말했다. “노아야, 나를 용서하래이, 엄마가 미안타. 나는 그냥 니를 학교에 보내고 싶었데이, 니가 그거를 얼마나 바랐는지 아니까”


- “저는 와세다대학교를 그만뒀어요. 내가 자존심을 지키고 도덕성을 온전히 유지하려면 그게 최선이에요. 전 새 삶을 시작하고 싶고 그러려면 다른 방도가 없어요”

(2편에서 계속)


3. 파친코

노아, 조선인으로 살아온 삶이 시커멓고 묵직한 바웟덩어리처럼 가슴에 걸려 있었다. 자신의 정체를 들킬까 봐 두려워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다.


“죽어라, 추잡한 조선인. 보조금 그만 축내, 조선인들이 이 나라를 거덜내고 있어. 구린내 나는 가난한 인간들”. “아무도 널 좋아하지 않아, 조선인들은 사고뭉치들이고 돼지들이야. 당장 꺼져, 도대체 왜 여기 사냐. 할 수만 있다면 직접 네 목을 베어버리고 싶은데 내 칼을 더럽히긴 싫어!”


도쿄의 부잣집 부인처럼 차려입었어도 주름지고 얼룩달룩한 피부에 짧은 백발은 선자를 쭈글쭈글하고 평범해 보이게 할 뿐이었다.


거기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노아가 늘 정해진 일과대로 생활한다는 사실이었다. “노아는 자기 삶을 선택했어. 선자야, 우리가 그 선택을 존중해주기를 바랄지도 몰라”


“솔로몬도 이 상황을 이해해야 돼. 우리는 자칫하면 추방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조국이 없어. 삶은 솔로몬이 통제할 수 없는 일투성이니까 적응해야지, 내 아들은 살아남아야 해”


하지만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더라도 한번 엄마는 영원한 엄마였다. 엄마라는 에스코의 삶의 일부는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터였다.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아이들이 조금 더 오래 욕조에서 놀게 두고 자기 전에 이야기책을 하나 더 읽어주고 새우튀김을 한 접시 더 만들어주고 싶었다.


이 병의 뜻밖의 이점은 양진이 걸음마를 배우고 심부름을 할 수 있게 된 이래 처음으로 일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선자는 평생 다른 여자들에게 여자는 고생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여자는 어릴 때도 고생하고 아내가 돼서도 고생하고 엄마가 돼서도 고생하다가 고통스럽게 죽었다.


노아는 규칙을 모두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면 적대적인 세상이 바뀔 수 있다고 믿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였다. 노아의 죽음은 그런 잔인한 이상을 믿게 내버려둔 선자의 잘못일지도 몰랐다.


솔로몬은 미국에서 교육받은 조선계 일본인으로서 현지인이자 외국인이었고,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국외거주자로서 금전적 혜택도 누렸다.


더 이상 전쟁이 없는 데다가 평화로운 시기에는 모든 사람들이 보통이 되고 싶어 하고 남과 달라지는 걸 두려워해서 이 나라가 개판이 된 거야. 또 다른 문제는 일본 지도층이 영국인이나 백인이 되고 싶어 한다는 거야. 한심한 망상에 빠져 있어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아. 외국인을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아. 내 사랑, 너는 여기서 항상 외국인일 거고 결코 일본인이 될 수 없어. 알겠어?”


노아가 죽은 지 11년이 흘렀다. 고통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파도에 깎여 둥글어지는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던 가장자리가 무뎌지고 부드러워졌다.


선자가 가방들을 집어 들었다. 경희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끝)

(23.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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