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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Aug 25. 2023

66. 부산사람과 부산인재(人材)의 차별성을 찾아

해운대 주간 일기 66 – 부산사람과 부산인재(人材)의 차별성을 찾아


90년대 말 부산이 선물거래소를 부산에 유치할 때다.

민간이 선물거래소를 설립하고자 ‘설립추진단’이 가동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상공회의소 강병중 회장이 선물거래소 부산 유치를 추진하고 나섰다. 유치과정에 우여곡절이 참 많았다. 막판 협상으로 대두된 것이 서울에 이미 설치된 전산센터의 부산이전이 가능하냐, 이전으로 인해서 선물거래에 장애가 없느냐 이었다. 양측이 전문가(5:5)를 구성해서 논의와 협상을 하였다.


부산 측 협상단에 혜성같이 등장한 분이 있었다. 동아대 교수로 선물거래 분야의 전문성과 폭넓은 인맥을 갖고 계셨다. 서울 측 협상으로 오신 분들이 교수님의 전문성과 인품을 익히 잘 아는지라 서울 측 논리를 제대로 주장할 수 없었고, 전산센터의 이전비용만을 거론하여 부산 측이 전부 부담하겠다는 걸로 협상이 마무리된 적이 있었다. 한 사람이 갖는 크기와 무게를 실감했다. 일은 사람의 역량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나 전북 잼버리대회 준비 소홀 등으로 행정이 시민으로부터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행정을 해본 경험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이렇게 행사 준비를 엉망으로 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다. 잼버리의 경우 사무총장이 여성가족부 국장 출신, 집행위원장이 행정공무원과 국회의원을 지낸 전북도지사, 조직위원회 구성원에 정부와 전북도 공무원이 파견되어 일을 했다. 그럼에도 행사 준비의 abc도 안 지킨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난맥상이 왜 이러날까? 제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주에 교육부 공무원이 ‘교육지원관’의 이름을 달고 부산시로 파견되어 왔다. 정부의 대학교육 혁신과 지방대학의 육성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부산시에는 이미 경제특보, 행정부시장, 기획실장, 감사위원장, 금융정책관 등이 중앙부처에서 파견되거나 교류되어 온 중앙공무원들이 있다. 점차적으로 중앙공무원들이 지방정부에 하나씩 둘씩 뿌리를 내린다. 그분들의 능력과 영향력으로 부산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모양이다.


한때는 시·도 지방정부에 기획재정부 등 중앙정부 국장들이 ‘경제부시장’을 거의 다 차지하기도 했다. 보통 1~2년 정도 국비 확보를 위해 노력하다가 소위 친정, 원 소속기관으로 복귀하거나 중앙의 다른 기관으로 돌아갔다.

또 부산교통공사도 3번에 걸쳐 중앙공무원 출신을 사장으로 모셔 왔으나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노른 자리를 찾아 떠나갔다. 일하고자 하는 열정보다는 거쳐 가는 정거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부산의 이전 공공기관에도 중앙에서 온 분들이 대부분이다.


흔히들 지역발전에 내재적 발전전략과 외부적 발전전략이 있다고 한다.

지역발전을 일으키는 역량과 자원의 활용을 내부, 외부 어디에 우선하는가이다. 중앙의 사람, 국비 확보 등에 중점을 둔다면 외부적 발전전략에 가깝다. 하지만 지역발전전략을 하나로 단순화하기는 곤란하다. 다양한 역량과 자원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부적 역량이 없는 지역발전은 거의 없었다.


중앙에서 오든 지방에 터전을 가진 사람이든 부산에 살면 ‘부산사람’ 일 것이다. 그 사람이 역량을 갖고 있으면 좋은 일이고, 더하여 부산에 애정과 열정을 보태면 금상첨화다. 이런 사람이 ‘부산인재(人材)’다. 하지만 그 부산인재가 바람이 왔다가 지나가는 것처럼 부산을 스쳐만 간다면 부산은 막대한 기회비용을 부담한 꼴이 된다. 부산인재가 부산에 해를 끼치게 된다. 일전에 부산인재가 열정이 없어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마 그럴라고!


부산의 발전은 부산인재의 손에 달렸다.

널리 부산인재를 구할 때이다. 부산에서든, 타 지역에서든, 외국에서든 상관은 없다. 지엽적으로 공무원에 한정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로 폭을 넓혀야 한다. 선물거래소 유치 시에 동아대교수님을 찾은 것처럼 찾으면 숨어있는 보석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23.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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