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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광효 Oct 04. 2023

67. 추석 연휴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해운대 주간 일기 67 – 추석 연휴와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긴 연휴였다.

중간에 낀 하루를 임시 공휴일로 하면서 6일간의 추석 연휴가 되었다.

큰아이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를 금과옥조로 여겨 심신을 달래고자 멍 때리러 어디론지 떠나버렸고, 작은 아이는 연휴 뒤에 있는 생애 최초의 취업 면접을 준비한다는 것을 핑계 삼아 자신의 거처로 불이 나게 가버렸다. 부부가 준비 없이 쓸쓸해져 버렸다.


둘이서 잔을 기울이며 아이들 이야기를 넋두리하듯 주고받는다. 

취업은 제대로 하려나, 직장 생활은 잘하려나, 결혼은 할 건가, 손주를 볼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는 모습과 추세를 씨불이듯 주어 내뱉는다. 젊어서 술집에서 거창하게 떠들던 개똥철학으로 아이들의 미래를 이리저리 헤쳐본다. 그래 너희들이 잘나더니 알아서 잘 살겠지. 부부가 씰데 없는 걱정을 하는 거지. 둥지를 떠나 날갯짓하는 새끼를 무슨 힘으로 잡을 수 있을까. 무사히 태평양을 지나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오기를 바라는 어미의 소원을 담는 이번 추석이다.


그래 형제들이라도 봐야지. 나이를 떠나 이제는 처지가 같잖아.

형님에게 연락하고 누나에게 연락해서 약속했다. 아직 가을이 턱걸이하고 있으니 가을 전어로 메뉴를 정했다. 감전시장 안의 횟집은 우리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로 가득했다. 늦게 갔더라면 이곳저곳을 헤매는 방랑자 신세가 될 뻔했다. 돌아가신 지 30년도 더 지난 아버지 인생, 모두가 공감하는 삼천포 고향 형수님이 맛있게 해 주던 지상 최고의 전어 무침, 캐나다에 이민 간 조카 부부 이야기 등이 안주가 되고, 잔이 서로 엇갈리며 춤을 춘다. 아쉽게도 즐기던 보약을 잠시 내려놓으신 자형이 우리의 잔 부딪치는 소리를 귀 기울이며 듣고 있다. 형제와 조카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본다.


아침에 지난 저녁 몸에 주었던 아픔을 달래고자 송정해수욕장으로 갔다. 요즘 ‘맨발의 청춘’이 세상을 주름잡듯 ‘맨발 걷기’가 건강의 최고란다. 어이쿠, 모래밭을 걷는 대부분 사람이 이미 그 대열에 합류해 있네. 신발을 들고 있는 우리의 손이 부끄럽게도 고수들의 손에는 들린 게 없다. 신발을 어디에 두었을까. 이틀을 갔어도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다음엔 차에 두고 갈까, 배낭에 넣어갈까. 그래도 긴 백사장을 걷고 나니 엔도르핀이 나오는 것 같고 기분이 상쾌하다. 역시 해운대가 최고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관심도는 많이 떨어졌다. 이것도 변화의 흐름 중의 하나겠지. 눈에 확 들어오는 사건 몇 개가 있다. 


먼저 우리의 수영이 강해졌다. 조오련, 최윤희, 박태환 등 걸출한 스타 탄생이 아니라 수영 종목 전반에서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많아졌다. 단체경기인 계영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온다. 그중에 아시아 신기록을 수립한 부산 중구청 소속 백인철 선수도 있다. 수영에서 일본이 우리에게 밀린다. 어떻게 된 일이지. 흐름을 보면 이대로 쭉 갈 것 같다.


ㅋ. 이건 안타깝고 버스 지나간 뒤에 손 흔드는 격이다. 

롤러 스케이팅 경기에서 우리 선수가 우승을 확신하고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전에 일어나 만세를 불렀다. 속도가 줄면서 마지막 순간에 발을 쑥 내민 대만에 0.01초 차이로 금메달을 헌납했다. 스케이트 발 내미는 것은 우리의 전매특허인데. 우리는 이 기술을 특허 내 쇼트트랙 경기에서 짭짤한 재미를 보았다. 대만이 그 기술을 벤치마킹했다. 이 일을 어찌할꼬. 한 선수의 어설픈 실수로 세 사람이 금메달을 놓쳤으니. 거기에 더하여 본인과 또 한 선수의 병역 혜택도 사라졌다. 이 종목이 정식경기로 채택되는 게 왔다 갔다 해서 다시 기회가 올지 아리송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또 하나는 북한의 국가명 표기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29일 여자 농구 남북전이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북한’을 언급하자 북측 관계자는 “우리는 ‘DPR코리아(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다. ‘노스 코리아(North Korea)’로 부르지 마라. 불쾌하다”라고 반발했다”라고 한다. “또 이튿날인 30일 여자축구 8강 남북전을 마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리유일 감독은 ‘북측’이라고 말한 기자에게 “우리는 북측이 아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한국-북한 여자축구 8강전 경기 결과를 지난 2일 전했다. 이때 화면 하단에 스코어와 함께 북한은 ‘조선’, 한국은 ‘괴뢰’라고 쓴 자막을 넣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는 글자 ‘괴뢰(傀儡)’, 그동안 뜻도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다시금 상기시켜 주네. 그것 참 고약하다.


우리가 부르는 북한은 국가 이름으로 ‘조선’으로 불리길 원하는가 보다. 영문에 ‘조선’이 없어 약칭이 ‘북한’인 줄 알았었다. 이제는 그들의 소원대로 또 그들이 쓰는 대로 ‘조선’으로 불러주고 쓰자. 


그러면 우리 ‘대한민국’의 약칭은 뭘까. ‘한국’? ‘남한’? 시간과 장소, 상황에 따라 다른가. 헌법의 정신에 따라 ‘한국(KOREA)’으로 불렀으면 좋겠다. 평양 가서 ‘남측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갔다. 


쫓아가기에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은 세상의 급속한 변화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지난 아침의 송정 바다는 마치 호수처럼 평온해 있었다. 이런 날도 가끔은 있겠지. (2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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