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주간일기 88.
진주고 개교 100주년과 진주 나들이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수학여행 가는 들뜬 기분으로 버스를 탔다. 4대의 버스가 선후배를 태우고 진주로 향한다. 15년 전 부산 비봉대축제 추진위원장을 맡아 선후배를 만나 참여와 협조를 부탁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보는 선배님들에게서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인자한 미소를 본다. 더 다정한 인사도 정겹다.
모교에 도착하니 전국 각지에서 동문들이 속속 도착하고 있다. 행사장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한쪽은 운동경기 중이고, 한쪽은 노래잔치다. 80세가 된 34회 선배님의 목청은 카랑카랑하다. 뱃심이 엄청나다. 후배의 재기 발랄한 춤과 노래도 분위기를 한층 달아 올린다.
교정은 너무나 달라졌다.
우리 때 없던 기숙사건물, 창의융합관 그리고 리모델링된 도서관, 예술관, 체육관 등등.
무엇보다 본관 건물이 새로 지어졌는데, 많이 낯설다. 현대식으로 지어졌기도 하지만 건물 전면에 있던 아름드리 하말라야시다나무가 사라졌다. 우리는 그 나무를 보면서 전통의 자부심과 긍지를 다듬었다.
시간에 짬을 내어 진주성과 촉석루를 찾았다. 이곳에 남겨진 임진왜란의 시간이 우리를 되돌린다. 걱정스러운 작금의 국가상황이 안타깝다. 그럼에도 전통혼례를 올리고 있는 분들께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예전에 있던 장어집들을 정리한 후 진주대첩역사공원으로 깔끔하게 탈바꿈 되었고, 유유히 흐르는 남강과 조화를 이룬다.
진주도 원도심을 중심으로 슬림화가 진행되고 있다. 고교시절의 추억이 깃든 하숙집도 저 빈집들 중에 하나일 것이다. 3년간 정들었던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도시락에 담긴 김치는 친구들에게 인기짱이었는데.
중학교 시절에 두 분의 스승님이 나를 진주고로 인도하였다. 한 분은 아침부터 저녁 10시까지 교실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공부를 독려하셨고, 한 분은 우리 집의 반대를 무릅쓰고 00공고가 아닌 진주고에 응시하게 하셨다.
내 성장에 버팀목이 되고, 자부심이 된 진주고가 개교 100주년이 되었다. 내가 51회 졸업생이니 그 절반 언저리에 있다. 두 분 스승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의 삶, 한켠이 자꾸 말을 건넨다.(25.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