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봄맞이 백제 역사 기행

by 배광효

해운대 주간 일기 89. 봄맞이 백제 역사 기행


‘백제여!’, ‘찬란한 백제문화여! 너는 어디에 숨었느냐?’.

4월의 마지막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익산, 부여, 공주 등 백제의 도읍지를 찾았다. 위례성(한성, 서울)에서 시작한 백제는 웅진(공주), 사비(부여)로 옮기면서 흥망성쇠를 이루다가 사라졌다. 무왕이 부여에서 익산으로 천도하려고 왕궁을 건설하였으나 실제 천도는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그 흔적을 찾는 여행길을 떠났다. 특히 ‘유네스코 세계유산 백제역사유적지구’를 돌아보는 데 의미가 있다.

아침에 출발한 우리는 진안휴게소에서 목을 축이면서 그 유명한 진안 마이산의 우뚝 솟은 바위를 경탄스러운 마음으로 사진에 담았다. 요세미티의 절벽 바위보다 볼록한 몸짓이 아름답다. 마이산의 수많은 탑을 보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차를 달려 전주 한옥마을의 맛집으로 소개된 ‘고궁수라간’에서 비빔밥으로 점심을 했다. 전주는 콩나물국밥이나 비빔밥이 유명하다.


‘경기전’, ‘전라감영’, ‘전동성당’, ‘풍남문’ 등을 중심으로 한옥 거리 여기저기를 살폈다. 우선 거리에 노상 적치물이 없어 걷기가 편했다. 한복을 입고 다니는 여행객이 상상 이상이다. 조선 건국의 상징인 이성계의 어진, 전라의 행정 중심지인 감영, 최초의 순교지인 전동성당 등 전주는 우리 과거를 되새기는 좋은 장소다. 과거와 현재가 잘 공존하면서 시민들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익산 왕궁리에는 5층 석탑이 우뚝 그 자태를 뽐낸다. 힘이 있고 안정된 자세가 백제의 기백을 보여준다. 언덕 위의 넓은 왕궁터에 물길이 있고, 후원이 크게 존재했다는 것으로 보아 여유와 사치가 공존하지 않았을까. 언덕 위로 물은 어떻게 올렸을까. 남자, 여자용 화장실 변기로 추정되는 물건은 탄복이다. 이건 직접 봐야 느낌을 알 수 있다. 문화해설사님이 백제문화의 우수성과 찬란한 영광을 거듭 강조한다. 의자왕의 3천 궁녀 설을 허구라는 말과 함께.


부여는 백제 중흥기의 도읍지다. 유적과 유물이 많이 발굴되었고, 또 쉼 없이 발굴하고 있다.

고구려 장수왕에 의해 위례성(한성)이 함락되자 웅진(공주)으로 피신하여 이곳을 60여 년간 도읍지로 사용하다 다시 백제가 부강해지자 사비(부여)로 천도해 120여 년간을 지나고 백제는 멸망했다.


백제의 왕궁터로 추정되는 관북리 유적과 부소산성 그리고 낙화암, 왕의 무덤인 왕릉원(능산리 고분)과 국립 부여박물관, 왕사(王寺)로 보이는 정림사지와 5층 석탑, 왕의 후원인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 연못 궁남지(宮南池) 등을 둘러봐야 한다. 백마강 유람선을 타서 낙화암의 자태와 고란사의 전설을 듣는 추억도 나쁘지 않다.

부여박물관의 압권은 ‘백제금동대향로’이다. 향로 꼭대기의 봉황부터 받침의 힘차게 용틀임하는 용에 이르기까지 전체가 걸작이다. 백제문화의 진수다. 이것 하나만으로 박물관을 찾은 보람을 느낀다.


공주는 부여와 비교하면 도시화가 더 진척되어 왕궁터, 절터 발굴이 적다. 왕궁을 지키는 공산성, 그 앞에 있었을 왕궁, 왕궁의 동쪽에 자리한 왕릉원(송산리고분)과 무령왕릉과 웅진백제역사관 그리고 국립공주박물관 등이 있다. 그중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은 무령왕릉이다. 무령왕릉을 처음 무덤의 입구를 열었을 때 진묘수와 비석을 마주했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이고, 묘지석은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는 징표였다. 그리고 무덤 안의 유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무덤의 벽면은 벽돌에 연꽃을 새겨 화려함과 정교함을 표현했다.


금강이 저 멀리 보이는 자연휴양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마지막 일정으로 공주 마곡사를 들렀다. 절 입구의 귀빈식당에서 우렁이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백범 김구 선생이 잠시 기거하면서 머리를 깎은 사찰로 유명한 마곡사는 개울 사이로 절터를 잡고 있었다. 여기도 5층 석탑이 있다. 고려시대 석탑의 전형적인 형식이란다. 마곡사의 대웅보전은 특이하게도 2층 구조다. 하지만 내부는 단층이라 층고가 높아 부처님을 우러러보게 된다.


마곡사는 통일신라 자장율사가 창건했고, 백제의 복원 운동이 마무리되지 않은 시기라 백제의 흔적 위에 세워졌다. 또 고려의 흔적도 있고, 백범 김구의 발자취도 있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의 하나이다.


삼국사기는 무령왕 시절을 “백제가 다시 강해졌다(更爲强國).” 말했다.

지금의 백제 후손들도 그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여행은 늘 가르침을 준다. 함께한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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