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장흥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와 Apr 07. 2019

한달 뒤에 나는.

2019.4.2

만우절이 허무하게 지나갔고 혼자가 외롭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한 날. 저녁 7:30분을 막 지난 우리집은 이미 한밤 중이다. 밤이 길고, 낮 마저 긴 이 생활이 마음에 든다. 아침 7시면 눈이 떠지고 조금은 더 게을러도 괜찮다며 다시 잠을 자려는 건 비슷한데 도시에서 느끼던 게으른 나와 다르게 느껴진다. 그렇게 다시 자고 일어나봐야 8시.


매화는 이미 만개했고(매화 아니라니까 창피하게스리), 목련은 다 떨어져 가는데 찾아 올 이 하나없는 이 생활 괜찮은걸까. 아르바이트 면접은 연락도 받지 못한채 팽 당한 듯하다. 역시 거절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여기나 저기나 많구나 싶다.


마침 똑 떨어진 담배를 사러 수퍼에 다녀오는 길에 떠오르는 멜로디들을 녹음하면서 또 창작욕구가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구나 싶었다. 동생과 엄마에게 보낼 잎채소 씨앗을 뿌리며 이젠 뭔가 보답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겼다. '나 잘 살게'라는 말이 차마 입밖으로 나오질 않아 집 여기저길 이쁘게 고치고 사진 찍어보내는 이 마음을 그들이 알아주려나.


내 인생에 많은 일이 있었던 줄만 알았는데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이 존재를 나는 겸허히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떤 사람이나 마음을 상상하면 그건 '받아들임'의 자세와 비슷할 것 같다. 스스로에게 충실하고 솔직해서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다고 오늘 여러번 생각했다.


내가 그런사람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5월 2일에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있을까. 나는 무엇을 꾸준히 하며 어떤 걸 창조해낼 수 있는 사람일까. 한 달 뒤에는 조금이라도 깨달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아, 오늘은 뭘 하면 좋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