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그리워했던 적 없이

by 해와

다 마른 척하고 있는 수건을 걷었더니

아, 덜 마른 빨래 냄새-



창문을 열었더니 더운 공기가 방충망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서둘러 창문을 닫았는데, 너무 세게 닫았는지 '퍽'하고 아픈 소리가 난다.

내 무릎 어딘가도 책상 모서리에 받친 느낌이다. 다음부터 살살 닫아야지.



아스팔트에 스며든 물 비린내에 속이 메스꺼웠다.

오늘따라 유독 구정물 냄새가 뒤섞여 나는 것 같다.

습기를 머금어 눅진해진 샌들을 신고, 도시에 놓아둘 물먹는 하마를 찾아 떠나야 할까.



비 없는 장마철이지만,

어느 소설윤흥길 <장마>의 한 대목처럼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

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이 계절을 유독 더디고 힘겹게 보내는 중이다.



'여름이 좋아? 겨울이 좋아?'

아주 흔한 물음에, 한때는 겨울보다 여름을 더 좋아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었다.

누군가에게는 더위보다 추위가 견디기 고된 날일 테니, 그 어떤 이들을 위해 덜 고달픈 계절을 좋아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열대야로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더위도 추위만큼이나 고달파지는 날씨가 돼 버렸다.

내 기호는 이제 아무런 힘도 없을뿐더러, 어느 날부터는 어떤 계절을 좋아하는지 같은 사소한 물음도 받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슬픈 이유로 솔직해져야겠다.

사실 나, 겨울을 훨씬 더 좋아해. 겨울에도 여름을 그리워했던 적 없이, 늘 좋아했어. 겨울을.



KakaoTalk_20210111_191726327.jpg 그림, 내친구 오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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