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좀 천천히 받아 줘.
컬러링을 등록해 놓았으면 전화 거는 사람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줘야지,
그렇게 바로 전화를 받아버리면 컬러링이 무슨 의미가 있어. 기야, 안 기야?
친구의 컬러링이 참 좋았다.
참 좋았기 때문에 굳이 정체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통화연결음으로 만날 때만큼 달뜨게 들릴 순간은 없을 것 같아서.
한 꺼풀 벗겨내야 부드러워질 것 같은 투박한 음질과
15초의 절정만이 반복되는 노랫소리로 충분했다.
'네 컬러링 좋아'라는 말에 친구는 약간 으쓱했던 것도 같고,
그 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전화를 천천히 받아주기도 했다.
핸드폰 액정에 내 이름이 뜨면 마음속으로 15초를 세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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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음악을 틀어두는데, 아주 익숙한 노래가 나왔다.
분명 앞뒤로 어떤 멜로디와 가사가 있는데
오로지 익숙한 부분만 귀에 쏙 들어왔다.
언젠가 또 스쳐 지나갈 테지만
그때도 꾹 참고 통성명하지 말자. 알면서 모르는 척 지나가는 아련한 맘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