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손자를 업고 있느라 좌석 끄트머리에 엉거주춤 앉아계셨다.
포대기에 업혀있는 아기를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지, 도리도리까꿍이야.
앙증맞은 뒤통수, 정수리를 기준으로 회오리 모양으로 말려 있는 가르마.
살짝 들뜬 머리카락은 곱게 매만져줘도 다시 살랑살랑 일어설 것만 같다.
버스가 덜컹거릴 때마다 내 손이 움찔했다.
혹시나 목이 젖혀질까 봐, 머리를 부딪힐까 봐 받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머무르기도 잠시,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피부가 따가워졌다.
따갑고 아프기까지 해서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길까 하다가…. 그냥 앉기로 했다.
아가도 눈 시릴 텐데, 눈 버릴 텐데.
손바닥을 펼쳐 허공 어딘가를 가로막았다. 그제야 아가 얼굴이 그늘진다.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나도 네가 자라는데 아주 조금은 일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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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앉은 자리에만 빛이 모아졌다. 검은 색종이에 볼록렌즈로 빛을 모아둔 것 같다.
그렇게 있다가는 색종이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이 붙을 때처럼 너도 타오르겠다고 했다.
나중에는 자리를 못 옮길 수도 있으니 지금 옮기자고 회유했는데도 끝까지 괜찮을 거란다.
저거, 저거. 미간이 엉킬 대로 엉켜있는데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데 틀림없는 미운 네 살이다.
내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길 텐데, 마음대로 해라. 마음대로~
오늘따라 더 요란하게 울리는 진동벨을 들고 음료를 가지러 다녀왔더니,
길게 편 팔에 머리를 베고 있다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켜 마른세수를 하고 있다.
길쭉한 손가락이 얼굴을 매만지는 것을 바라보다가, 잠깐만!
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고마워. 눈부신 자리를 고집해 줘서 고마워.
그래서 보인다. 친구가 손바닥으로 쓸고 지나간 자리에 포르르 일어난 솜털이 보였다.
스웨터에 문지른 빗을 갖다 댄 것도 아닌데, 발그레한 볼에 살랑살랑 일어난 솜털이 귀엽다.
참을 수 없어서 말해줬다.
'너 지금 복숭아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