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신작 <파워풀> 책 추천
처음 공개된 후 1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비밀 아닌 비밀문서. 페이스북 COO 셰릴 샌드버그가 ‘실리콘 밸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문서’라고 극찬했던 문서를 만드는 데 한몫한 '바로 그 사람’, 넷플릭스 최고인재책임자 Patty McCord가 쓴 따끈따끈한 책이 나왔다. 읽고 나니 '훌륭한 팀'의 속성에 대해 생각해볼 여러 꼭지들을 선사하여 이 글을 써내려 가본다.
공짜 아침과 맛있는 샐러드
언제든지 눈치 보지 않고 갈 수 있는 수면실
언제든지 눈치 보지 않고 게임할 수 있는 탁구대
근무시간에 맘껏 먹을 수 있는 맥주
최신형 맥북
각종 경조사비
...연봉
'훌륭함을 추구하는 최고의 인재들에게 가장 큰 복지는 맛있는 샐러드나 수면실, 헬스장이 아니다. 사실 무엇보다 가장 큰 복지는 '연봉'이겠지만, 그런 건 일시적 ‘뽕’은 될 수 있어도, 적어도 지속가능한 동력이 되진 않는다.천만금을 준다한들 욕심이 많은 훌륭한 사람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돈이 많은 회사들은 많으니까. 그럼 '훌륭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미치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1)자신이 믿고 존경하는 동료들로 이뤄진 제대로 된 팀과 함께, (2)미친듯이 집중해 (3)멋진 일을 해내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진정한, 그리고 지속가능한 행복은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자신이 그토록 열심히 만든 제품을 고객들이 사랑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서 나온다.
맞다. 세상 사람들이 거의 모르는 회사에 다니고 있기에 어디 가든지 잠금화면이 무엇인지, B2C와 B2B의 차이는 무엇인지 설명하지만, 그럼에도 지치지 않는 이유는 나와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의 일을 해줄 것이라고 믿기에, 일을 맡기면 어떤 형식으로든 평균 이상의 아웃풋을 ‘알아서’ 잘 해줄 사람들이라고 믿기에, 수많은 장벽들이 있지만 언젠간 어떻게든 이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사람들임을 믿기에, 상대방이 우리 회사 이름을 모르더라도 조바심을 내지 않고 기어이 “네, 저희 회사는요”하고, 했던 말을 하고 하고 또 하고, 또 시작할 수 있는 힘이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스타트업’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하는 자리일지라도!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시켜 나무를 모으고 역할을 나누고 명령을 내리면서 북을 칠 것이 아니라, 거대하고 끝없는 바다를 갈망하게 만들어라 - 앙투안 드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작가
스타트업에서 개인별, 팀, 부서별로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이 되면 인사고과를 통해 목표 대비 성과를 측정하는 것은 한편으로는 논리적인데, 한편으로는 아주 비논리적이다. 연초에 “만약 당신이 A를 해낸다면 B로 보상받을 것이다”라고 약속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연초에 올해 일어날 것들이 그렇게 일어날 것이라는 정적인 상태를 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프게도 스타트업이 직면한 비즈니스의 세계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출렁거리다 못해 정신을 차려 보면 아예 판이 뒤집어 있을 때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이 목표를 설정하고, 그게 뒤틀어질 때도 빠르게 다음 액션 아이템을 도출하며 적응하고 이 방향이 왜 ‘거대하고 끝없는 바다’로 나아가는 방향인지 팀원, 리더들에게 설득할 수 있어야지만 훌륭한 선원의 모습이고,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지만 훌륭한 해적선의 문화이다. 눈앞에 뻔히 폭풍이 오고 있는데, “아니야, 그것은 우리 계획에 없었기 때문에 안 돼.” “(그래 나도 왠진 모르겠는데) 선장님이 저 섬을 찍고 와야 한다고 했어." “응~ 아니야. 닥치고 배나 저어”라고 한다면 당장 돗단배를 타고 탈출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우리는 내가 가는 길이 곧 바다의 길이 되는 초대형 범선이 아니라, 바다 위에 동동 떠 있는 작은 해적선이니까.
언론에서 넷플릭스의 문화가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인 ‘무제한 휴가 정책’도 결국 이와 맥을 같이 한다. 굉장한 일을 해내는 팀들은 자신들이 달성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교한 절차나 시스템을 굳이 들이밀지 않아도 ‘어른 답게’ 알아서 자기 휴가 쓰고, 알아서 비용 쓰고, 알아서 쉬면서도 가끔가끔 시간 날 때 지금 꼭 필요하다고 느끼는 일을 처리하고 쉴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결국은 또다시 '신뢰'의 문제다. 사람도 회사를 어뷰징하지 않고, 회사도 사람을 믿는 아름다운 그림. 그래서 회사에 극단적 자유를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 그런 '어른'인지 돌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굉장히 이상적이지만, 그렇다고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그림은 아니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큰 일을 내고 있는 곳들이 있으니까.
사람들은 힘이 있다. 그들이 가진 힘을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요즘 한국어로 번역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레이 달리오의 <원칙>에서 말하는 ‘극단적 투명성’과 일맥상통한다. 대표에게도 "Ray, 당신의 오늘 전체회의에서의 점수는 D를 드릴게요. 회의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더군요.그렇지 않았으면 그렇게 정리되지 않았을리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장려한다는 글로벌 헤지펀드 브릿지워터의 문화.
(참고 동영상 : https://www.ted.com/talks/ray_dalio_how_to_build_a_company_where_the_best_ideas_win )
팀원들이 사실에 근거한 의견을 바탕으로 대담하게 피드백을 주고,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엄격하게 시험하는 문화. 물론 인지상정 감정적이지 않고, 팩트에 근거한, 공손한 태도로 말해야 하는 것은 기본일 것이다. 넷플릭스에도 그런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고, 덕분에 지금 생각하면 멍청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여러 business model을 바꾸고 다듬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훌륭한 팀이라면 해야할 일과 직면한 도전에 대해 개방적이고 명확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서로 간에는 물론 경영진에게도 시의적절하게 만나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이는 팀의 관리자를 위한 일일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투명성은 팀원들이 자신이 지지해온 입장에 책임을 지게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라고 방관하는 것보다, 문제를 생산적으로 해결하는 데 동참하게 하는 것.
나의 팀은 언제든지 대표, 리더에게 커피타임을 요청할 수 있는가 생각해보자.
충격적이었던 게, 리더가 비즈니스 문제를 모두에게 공유하지 않는 여러 이유 중에 하나가 그 사람이, 혹은 그 사람이 속해있는 부서가 비즈니스의 본질에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흔히 고위 경영진은 사업이 직면한 문제를 공유하는 것이 직원들의 걱정을 키운다고 생각한다. 사실 맞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사람들이 일을 해나가는 작은 '팀', 작은 조직에도 과연 그럴까.
진실을 밝히길 망설이거나 절반의 진실만을 말하면 불필요한 의심만 키울 뿐이다. 사람들이 절반의 진실만을 들을 때 냉소를 품게 되고, 냉소주의는 조직의 '암'이다. 적어도 모든 팀원들이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영진이 사람들을 '팀'이라고 진정 믿는다면. 다음 질문들에 대해 답해보는 것이 각자 속해 있는 팀의 현 상태를 잘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든 팀원이 비즈니스 모델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팀원들에게 현재 사업 전망과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서 얼마나 공개하는가? 모든 직급의 팀원들이 앞으로 6개월동안 회사가 직면하게 될 도전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회사가 직면한 어려운 과제에 대해 팀원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가? 회사 내에 정보를 전하고 도전과제를 토론하기 위한 훈련 과정이 있는가?
이렇게 쿨한 회사가 세상 어디 있을까 하지만, 있었다.
넷플릭스가 사람들을 고용하는 원칙은 '회사는 가족이 아닌 스포츠팀'이다. 가족은 끈끈하고 정감 가지만 쉬이 끊어내지 못하고, 스포츠팀은 프로페셔널하지만 outperform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아무리 팀과 오래 함께 한 사람이고, 팀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도, 팀의 그 시점에, 그 비즈니스 단계에서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언제든지 그 사람과 회사의 장기적인 그림을 위해 더 나은 직장을 알아봐주고 추천해준다고 한다. (내 보스가 다른 직장을 추천해준다면?!)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의 커리어를 관리하길 원하며, 스스로의 경력에 대한 ‘계획’을 회사에 의존하지 않길 원한다. 여러분의 경제적 안정은 여러분의 실력과 명성에 기반한다.
단적인 예로 , 조직이 100명, 500명이 넘어가면서 '우리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우리 예전에는 매일 밤새며 열중하는 팀 스피릿이 있었는데' 하고 노스탤지어를 갖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슈퍼 엔지니어는 사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회사보다는, 정말 초기 스타트업의 가슴 뛰는 열정과 많은 것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오너십을 원하는 걸수도 있다. 예전의 '산만했던 좋았던 날들에 대한 향수'가 그가 지금 당면한 문제에 100% 집중할 수 없도록 막는다면, 그가 다른 곳에서 그런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그 포지션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경력도 길진 않지만 팀과 합을 맞춰 보았고 처음 하는 일임에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팀원에게는 기회가 왔을 때 단호하게 센터백 자리를 주는 것. 훌륭한 인재라면 "제가 이전에 이런 팀을 이끌어 본 적 없는 것 아시죠?"라고 솔직히 물어봐도, "같이 잘 이끌어나가 봅시다."하고 신임하고 훌륭한 일을 같이하도록 독려하는 것.
이 두가지 예가 충격적으로 다가온 '스포츠팀'의 단면이었다. '지금 있는 군대'와 '원하긴 하는데 지금 당장 있어야 하는 군대'와 '궁극적으로 원하는 군대'를 잘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은 지금 가지고 있는 군대와 함께 전쟁에 나간다. 당신이 원하거나 다음에 함께하길 원하는 군대와 나가는 것이 아니다 - 이라크 전쟁 도중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이 한 말
참 아쉬운 점은, 넷플릭스의 이런 원칙들은 모든 기업에게 적용될 수 없는 극단적인 것들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업계 최고의 연봉을 주면서, 휴가는 무제한이라느니,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 이외의 절차를 다 없애라느니, 틀리면 대표한테도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만들라느니, 스타트업이거나 개방된 문화를 지향하는 곳이라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 원칙에서 벗어난 부분들을 나름대로 채워나가게 만드는 지침서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직되고 수직적이며 시스템에 의해 착착 돌아가야 하는 기업들에 속해있는 사람이 보면 이 원칙들은 가당치도 않은, 혹은 원하지만 상상할 수도 없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좋다는 넷플릭스도 엄청난 서로간의 경쟁과 outperform하기 위한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일을 한다.
그럼에도 임직원 5000명이 넘어가고, 극적인 글로벌 확장을 하며 할리우드를 자극하는 오리지널 컨텐츠를 만들며, 환상적인 주가 고공상승을 하고 있는(아주 최근은 주춤했지만..) 넷플릭스가 이런 말도 안되는 문화를 가지고도 계속 사업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것 보면 적어도 한번쯤은 큰 눈을 뜨고 들여다 볼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의 문화를 잘 정리한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문서는 여기 있다.
영문 : https://www.slideshare.net/BarbaraGill3/netflix-culture-deck
한국어판은 핑크퐁을 서비스하는 스마트스터디 팀이 잘 번역해주셨다.
국문 : https://www.slideshare.net/watchncompass/freedom-responsibility-culture
추천한다. 내 팀을 돌아보게 만드는 신작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파워풀>"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3796178
P.S. 넷플릭스답게 책 트레일러를ㅋㅋㅋ
https://www.youtube.com/watch?v=JEIFiHykOf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