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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Oct 30. 2023

층간소음

가까운 미래

우리 윗집에 새 이웃이 이사를 왔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인데, 이사 오고 며칠은 달그락거리며 정리하는 듯한 소리,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보니 그 정도는 잠잠히 잘 지내는 거였다.


언제부턴가 아이들이 울고불고 싸우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우당탕 치고받는 소리, 물건 깨지는 소리, 어른들 고함소리, 때리고 맞는 듯한 소리, 무시무시한 비명소리까지…한 번은 심각하게 경찰을 부를까 생각도 했지만 어느 이웃인지 그 집이 알게되면 되려 성가신 일이 생길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애써 참았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아파트 복도에 유모차, 자전거, 심지어 분리수거함과 대형 쓰레기봉투까지 내놓는 건 일상이었다. 그 집 아이들은 낙하실험이라도 하는지 하루 걸러 베란다에서 접시부터 축구공까지, 잡다한 물건들을 사람 지나다니는 길에 떨어뜨리기 일쑤였다. 언젠가는 집에서 폭발실험을 하다가 아파트에 큰 불을 낼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온갖 악취와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고 저러다 조만간 위험천만한 상황마저 벌어질까 걱정이 되면서도, 저 정도면 말이 통하는 사람들은 아니겠다 싶어서 나를 포함한 동네 사람들은 말도 못 하고 속앓이만 하며 이사 온 가족을 슬금슬금 피하는 중이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그 집은 이사를 마치고 여유가 조금 생겼는지 요즘 동네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러 다닌다.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고리에 떡을 걸어두고 간다는데, 마음은 고맙지만 왠지 알고 지낼 생각이 없어 아직까지는 찾아올 때마다 아무도 없는 척을 하며 조용히 돌려보내는 중이다. 다른 이웃들도 모두 같은 생각인지 그 집과 직접 인사를 나눴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주아파트 지구호에 사는 이웃님!

공용주거시설 생활예절을 잘 지켜주는 날이 오면 언젠가 저희도 문 열고 반겨드릴게요. 어떤 분들인지 궁금하네요. 다음 번엔 꼭 만나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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