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우소 Nov 08. 2023

빼빼로데이

퇴로는 없다

안녕 빼빼로,


오늘 아침 편의점 진열대를 가득 장식한 네 모습을 보고 너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걸 실감했어. 넌 정말 행운아야. 매년 쏟아져나오는 과자 신제품이 250여 가지나 된다는데 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아 매년 매출 상위권을 다투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는 사실만으로 너는 우리들의 우상이야.


전설의 국민과자인 새우깡과 초코파이조차도 그들의 이름을 따서 기념하는 날은 없잖아. 11월 11일이 되면 사람들은 봄날의 벚꽃엔딩과 크리스마스의 머라이어캐리처럼 너무나 당연하다는듯이 너를 찾지. 수많은 유명 파티시에의 빵집들도 너를 오마주한 제품을 출시하며 유행에 동참하고, 빼빼로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친 일본과자 포키도 너의 성공 방정식에 감명을 받아 기념일까지 벤치마킹한다지 뭐야.


특별히 올해는 빼빼로 출시 40주년이라지? 뉴욕 타임스퀘어와 LA 한인타운 옥외광고에도 등장한다는 소식을 들었어. K-과자, 한류과자, 애국과자! 조만간 너에게 대한민국 외교관 여권이 발급되고 UN에서 과자대표로 연설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참깨스틱은 자기도 길쭉하고 맛있는데 왜 단 한번도 자신에게는 너처럼 기회가 오지 않냐며 한탄해. 우린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동안 진열대에 자주 모여서 너의 대성공 비결을 분석하곤 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 정도 맛있는 과자는 우리나라에 정말 많은데 너를 이만큼 키운 은둔의 제작자가 누군지 궁금해진다. 그는 너처럼 겸손하기까지 한가봐. 이렇게 긴 시간 지속되는 커다란 유행의 물결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이름도 성도 모르는걸 보면. 너도 그렇게 유명세를 타고 초심을 잃을 법도 한데 지금도 같은 공간에서 우리랑 어깨를 나란히 하고 포장부터 내용물까지 달리 변한 게 없는 걸 보면 성공하는 과자는 다 이유가 있지 싶어.


나는 몇 년 전 콘스프 맛으로 약간의 성공을 경험해봤는데 인절미 맛, 초코츄러스 맛으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하며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야. 언젠가 오리지널 빼빼로처럼 대체불가능한 나만의 정체성을 인정받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고 싶다는 꿈이 있어.


앞으로도 쭉 너의 성공을 응원할게.

축하한다!


영원한 친구 꼬북칩이





작가의 이전글 캡틴 판타스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