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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Dec 04. 2023

전사의 탄생

가까운 미래

2035년 서울, 병원에서 한 아기가 선천적 질환을 갖고 양팔 없이 태어났다. 미혼모였던 엄마는 아기를 병원에 두고 말없이 떠났다.


고대 그리스의 비너스 조각상 같이 보였던 아름답고도 가여운 작은 소녀에게 의료진은 바이오닉 핸드라는 첨단의수를 선사했다. 한없이 나약한 우리들보다도 더욱 보잘 것 없는 신체적 한계를 갖고 태어난 어린 생명이 모두를 가뿐히 뛰어넘는 물리적 능력을 갖추게 된 순간이었다. 의료진은 아기의 뼈에 의수를 심어 임플란트처럼 고정하고, 전극을 근육과 신경에 심어 의수와 연결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감각까지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힘의 강약조절도 버튼 하나로 가능했다. 의료진은 그녀를 계령이라 이름 붙였다. 계령이는 기계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매우 낯설지만 어딘가 익숙한 모습으로 한 해 한 해 무사히 커갔다.


계령이는 첨단의술의 수혜를 받은 대신, 병원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실험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언제든 참여해야 했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믿은 연구진의 궁극적인 목표는 AGI의 지성과 동물의 우월한 신체능력을 이어받은 존재를 탄생시키는 것이었다. 연구가 계속되어왔지만 로봇이 사람의 신체능력을 자연스럽게 모사하는 데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자 과학자들과 의료진이 생각해낸 돌파구는 반인반수였다. 완벽한 휴머노이드의 탄생에 로봇과 인간의 물리적 결합은 필연적인 단계가 되었다. 의료진들은 부모 없는 장애아들에게 선의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레고처럼 조립된 아이들을 사육시설 같은 병원에서 키우며 관찰했다.


계령이의 팔 힘은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동물들을 능가했다. 다만 아직 지적으로 미숙하기에 자신의 힘을 가늠하지 못해 원하는대로 조절하기가 어려워 합판을 종이처럼 찢어버리거나 콩과 쇠구슬을 풍선처럼 터뜨려버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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