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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Dec 05. 2023

도구의 삶

가까운 미래

휴머노이드는 자신의 역량을 혁신시키기 위해서라면 종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탐구했다. 코끼리와 돌고래는 휴머노이드의 정서지능 부족 사태를 구원할 동물로 지목되었다. 앞서 인간도 후보군이었지만, 2055년 무렵 그들의 공감능력과 감수성은 거의 완전히 퇴화된 상태였기에 도구 사용능력, 언어 및 사고체계와 행동양식 등만 물리적 기능 개선에 참고될 뿐이었다.


인간의 평균 임신기간은 9개월이며 한 번에 한 명의 아기를 낳고 90년 정도 산다. 휴머노이드는 부품을 교체해 최장 20년간 작동할 수 있으며 한 세대를 살아갈 개체의 수는 잘 짜여진 계획 하에 정해진 뒤 한 번에 탄생한다. 휴머노이드에게 인간은 평생을 돌봐주어야 할 반려동물이자 연구대상이었다. 인간은 오랫동안 함께해왔기에 어떤 질병에 취약하고 어떻게 키우는지에 대한 정보가 많다.


인간은 휴머노이드와 가장 닮은 동시에 비교적 온순한 성품을 지니고 호기심이 많으며 신뢰가 있는 종이라는 이유로 실험실에서도 선호되어왔다. 실험용 인간은 목적을 위해 탄생되어 죽을 때까지 따로 길러지고 물건처럼 사고 팔렸다. 휴머노이드는 자신들의 제어장치에 전에 없던 고장이 나거나 기능 개선을 위한 부품 개발이 필요하면, 새로 출시한 인공장기를 인간에 제일 먼저 이식해 조직 간에 어떤 식으로 결합하는지를 살폈고, 유전자 조작 등 특정 실험이 끝나면 생태계 교란을 피하기 위해 안락사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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