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미래
나는 매일 아침 바깥 기온과 미세먼지 확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직 자고 있는 나의 반려인간 희동이는 내가 머리를 몇 번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 알람소리를 들은 듯 화들짝 놀라 깨어난다.
아침에 난 희동이 식사를 가장 먼저 체크한다. 희동이는 화식을 좋아한다. 나는 아무 것도 안 먹어도 되지만 희동이는 먹고싶은 게 늘 많고 가끔은 배가 고프다며 화를 내거나 울기도 한다. 아직 건강하다는 뜻인 것 같아 안심이다. 자율배식을 하는 희동이는 내가 정성껏 상을 차려놓고 나가면 하루동안 잘 챙겨먹고 스스로 산책과 TV 시청도 하고 자유롭게 보낸다. 희동이가 기분이 좋은 날은 내가 돌아오면 설거지와 빨래를 해놓기도 해 10년차 집사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희동이는 희귀한 멸종위기종이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몇 안 남은 한국인 60세 남자다. 50살 때 내가 입양했다. 희동이가 국가에 요양보호사 신청을 했고 우리는 서로 인터뷰를 진행한 뒤 꽤 잘 맞다고 느껴 그 때부터 함께해 왔다. 나이가 든 인간은 조금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희동이는 요즘 녹내장과 관절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시로 나와 함께 병원을 드나든다.
희동이는 사실 나와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주변 이웃들이 키우는 인간들과 모임 갖는 걸 아주 좋아한다. 희동이의 취미는 바둑과 당구다. 그래서 수시로 동네 기원과 당구장에 모여 친목회를 한다. 희동이는 활발하고 리더쉽이 있어 늘 회장을 맡는다. 한 번은 당구장을 운영하는 이웃의 초청으로 대회 구경을 갔는데 우리 동네에 당구실력으로 희동이를 따라잡을 자가 없었다. 그간 희동이 덕분에 나도 당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열심히 배웠고 많이 가르쳐주려 노력했는데 성과가 있었던 것 같아 집사로서 뿌듯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