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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우소 Dec 08. 2023

주인공들

가까운 미래

희동이는 거실과 TV를 가장 좋아한다. 방에 침대도 들여놓았는데 방에서 자는 법이 없다. 코를 골고 목이 꺾여도 TV 앞을 사수한다. 나는 희동이에게 편안한 목베개를 구해주기 위해 일단 사진을 찍어둔다.


희동이가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은 ‘나는 자연산이다’와 ‘동물극장’이 있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언어 번역기까지 출시된 지 오래고 우리는 이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과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한다. 동물들과 소통의 물꼬를 터준 건 오랑우탄이었다. 그들이 인간의 수화를 배워 서로 대화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자연산이다’ 방송의 주인공은 지구 최고의 제로웨이스트 건축가이자 도구 사용의 달인 비버다. 그의 집짓기 방법은 옛날 인간들이 사용하던 건축공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물을 막아 댐을 쌓고 연못이 된 진흙 바닥에 나뭇가지를 심어 집의 하부를 만든다. 바닥은 여러가지 돌멩이로 다지고, 위로 갈수록 둥글고 좁아지게 시공한다. 지붕 가운데는 인디언 천막처럼 바람이 통하도록 열어둔다.

 

비바람이나 눈의 압력에도 끄떡없다. 지붕이 클 경우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무너지기 쉽지만 비버의 집은 지붕과 벽이 일체형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 집은 요새처럼 견고하다. 왠만한 충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게다가 오로지 자연물로만 지어 완성하다니 놀랍다.


“왜 이렇게까지 집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가요?“

“이 곳에서 새끼들이 정든 집을 떠날 때까지 저희들의 보호를 받으며 자란답니다. 방은 두 개, 식사와 육아, 휴식을 위한 공간이에요. 천적이 갑작스럽게 들이닥칠 때 피할 수 있는 비상구도 만들어두었어요. 우리 종족의 오랜 지혜가 쌓인 작품이지요. 아이들에게도 매일 다섯 시간씩 저희가 집 짓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며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동물극장은 수십 년 된 다큐 프로그램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동물들의 특별한 이야기,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요즘 생태계가 차츰 회복중이긴 하지만 지구 전반에 걸쳐 동물들의 서식지와 먹이 부족으로 모든 종의 비혼과 저출산이 만연해진 지 오래인 만큼, 다음 출연자들은 부부애의 상징 늑대가족의 이야기가 방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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