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순대값

by 혜윰

분식집에서 김밥이랑 어묵 포장 시켜 놓고 대기 중이었다. 잠시 후 열살 쯤 돼 보이는 남자 아이들 세명이 들어 왔다. 어디서 신나게 뛰놀다 왔는지 셋다 머리에서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사장님 저희 컵 떡볶이 하나씩 주세요."


하며 각자 주머니에서 천원짜리 한장씩을 꺼내든다. 그러자 한 아이가 순대도 먹고 싶다고 했고, 다른아이가 우리 돈 다 모아도 안될걸? 그래도 물어나볼까?


"사장님 순대는 얼마예요?"


사장님은 4천원인데 돈이 부족하면 2천원어치라도 주겠다고 하셨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각자 바지 속을 뒤져가며 동전을 있는대로 꺼내 모은다.


"에이 안되겠네요. 순대는 다음에 먹으러 올게요."


사장님은 귀엽다는 듯 웃으시면서 컵 떡볶이 하나씩 챙겨 주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마음이 심란하다. 그깐 4천원 아깝지 않게 쓸 수는 있었지만 괜한 오지랖 같아서 망설여졌다. 그런데 도저히 마음에 걸려 안되겠더라.


"사장님 순대값 제가 대신 계산할게요. 아이들께 전해주세요."


웬지 부끄러워 사장님께 속삭이듯 말한 뒤 후다닥 자리를 뜨려는데, 사장님이 잠깐만요 하시더니. 아이들에게 저 분이 너희들 먹으라고 순대값 주셨으니 고맙다고 인사 하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 나를 보면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먹겠습니다! 안녕히가세요!!!


"그래 맛있게 먹어.^^"


하며 도망치듯 가게 밖을 빠져 나왔지만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갑자기 부자가 되고 싶어졌다. 겨우 4천원 쓰고도 이리 뿌듯한데 더 큰 돈을 더 좋은 곳에 쓸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열심히 살아서 돈도 열심히 모으고 싶다. 더 많이 베풀고 더 많이 행복해지려면.


by 혜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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