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트집

by 최예지

"무슨 일인데, 또."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했다. 익어갈 만하면 떨어지는 과실처럼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눈을 몇 번이고 껌뻑이는 모습은 여전했다. "왜 말을 안 해, 얘기를 해야 도와줄 수 있잖아." 잘 타일러서 보내려는데, 손에 작은 온기가 느껴졌다. 미련이 생긴 순간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땅을 쳐다봤다. 울렁이는 물살에 뺨을 세차게 맞았다. 아프지 않았다. 우스웠다. 언제 이렇게 주눅 들어버렸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 갈 건데." 물음 없이 말했다. 나처럼 미련이라도 가져보라고, 그런 욕심으로 한 말이었다. 물방울이 규칙적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한 군데 모이고 있으니 참견 말라며 밀쳐내는 것 같기도 한데, 곱씹다 보면 점점 안심이 들었다.


"인큐베이터 가까이 가시면 안 됩니다." 병원 관계자가 말했다. 은미는 여전히 인큐베이터에 가까이 붙어 있었다. "저기요." 병원 관계자는 말을 하다가 은미 근처에 와서야 멈췄다. 은미는 인큐베이터 속 아기에게 수어를 하고 있었다. 아기의 눈동자는 은미의 손가락을 좇고 있었다. 꼭 감은 눈이 작게 요동쳤다. 아기의 심장박동수는 미약했다. 은미는 고개를 떨구다가도 다시 눈물을 닦고, 아기의 눈을 봤다. 코를 봤다. 입술을 보고 작은 손 마디마디를 봤다. 은미는 상상했다. 아기의 작은 호흡이 점차 커져서 자신의 문장을 잡아먹을 그날을. 종알대던 목소리가 방문 닫는 소리에 툭툭 던져지는 때를. 그렇게 아무 탈없이 자라나는 아이를 그렸다. 은미의 가족은 은미를 데리고 나갔다. 남편은 고개를 꾸벅하고 나갔다. "잠시만요!" 아기가 눈을 떴다. 은미는 참았던 감정에 짓눌려 풀썩 주저앉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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