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몸을 던졌다. 순간적인 나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물은 내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길 누른다. 꾸룩 꾸르륵 난 점점 그 친절한 배려에 매료되어 그 물에 나를 더 채우고파 깊숙하게 들어간다.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더니 정말 그렇다. 미지의 곳일 줄 알았던 상상 속의 그곳은 내 환상과 달리 온갖 사정을 품고 있는 쓰레기들만 가득하다. 기분이 더러웠지만 지금 와서 난 돌아갈 수 없다. 차라리 이 쓰레기들 속에서의 한 3일 뒤면 발견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죽음이 훨씬 낫다. 난 왜 이 마지막 순간까지도 생각이 많은 걸까? 정말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한강에 빠지자'라고 결심했고, 그 생각이 내 마지막 조각이라 여겼다. 그렇지만 내 조각들은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들은 더 살고 싶다며 발악한다. 난 물속으로 가라앉으면서도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그 증거다. 이왕 생각한 거 계속해볼까? 날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도 참 나처럼 불쌍하다. 난 그래도 선택은 결국 내가 내렸지만 그들은 선택할 기회조차 없다. 내가 하자 하면 싫단 소리 못한 채 그냥 죽은 듯이 따라야 한다. 죽은 듯이라... 그래서 내가 죽음을 결정한 걸까? 내 선택을 온전히 내가 내리지 못하면 살아가는 의미가 점차 희미해진다. 출발은 내가 했지만 결말은 출발 속의 모든 것에 얽혀 내 멋대로 끝낼 수 없다. 사실할 순 있다. 그렇지만 가족들과 친구들과 내 내면의 두려움이 이를 허용해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의 아쉬운 소리가 더해갈수록 점점 어두운 시야가 밝아진다. 왜일까? 나 설마 구출된 건가? 그럼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걸까? 날 구출해 준 건 진정 날 구출하기 위함일까? 아니면 특정 직업의 사명 때문에? 지나가면 자길 따라다닐 죄책감이 싫어서? 구출이 진정한 구출이 될까. 난 눈을 뜨기 무섭다. 내 주위 소리가 들리지만 난 스스로 눈을 뜨는 걸 거부하고 있다. 현실을 마주할 자신이 없다. 지방국립대 공과대학교 3학년 1학기 재학 중인 내일 시험 보는 학생. 아니 시간은 흘렸으려나? 아직 방학하기 전인 학생. 6월이 시작되기 전 실종된 학생. 물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몇 시간 내인 구출되어야 하니까 실종이란 말까진 너무 거창하다. 그냥 외출? 어느 시인은 그렇게 얘기했다. 난 이 세상에 소풍 나온 거라고. 난 물이 찬가 외출한 거다. 외출이 끝났다. 눈은 결국 떠졌고 난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누군가는 내게 휴지를 가져다주었고 누군가는 꽉 껴안아줬고 누군가는 울지 말라 하고 누군가는 실컷 울라고 다 토해내라고 한다. 내게 이들이 있단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래서 난 미안하다. 고마운 만큼 미안하다. 난 그런 존재니까. 이제 다시 학교에 가는 걸까? 학교에 가면 다시 공부하는 걸까? 마냥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민폐니까 뭐라도 해야겠지? 그렇지만 난 그 '뭐라도 해'야한 게 싫어서 다 그만두려 한 건데... 다들 두 번 다신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고 화를 낸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으로 익사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