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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Apr 07. 2020

쌍방향 수업

요즘 온라인 개학 준비 때문에 학교가 난리다. 중학교 1,2학년은 4월 16일, 초등학교 1,2,3학년은 무려 4월 20일 예정 하고 있다. 그런데  몇몇 학교에서 이른바 관리자들이 '쌍방향 수업'을 강조하면서 갈등이 있는 모양이다. 이 분들이 과제제출 및 피드백 형이 아니라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실시간 수업을 요구하면서 '쌍방향'이라는 말을 끌어다 대는 모양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참 이상한 일이다. 과제를 내고, 과제를 제출받고, 피드백과 함께 반환하는 수업은 단방향인가 쌍방향인가? 분명 화살표가 양쪽으로 오가고 있으니 쌍방향이다. 그렇다면 교사가 줌이나 웹엑스로 수업을 진행할 경우는? 그리고 교사가 호스트 권한으로 학생들의 마이크를 끄고 얼굴들만 멀뚱 멀뚱 모니터에 나와 서로 쳐다보면서 강의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이건 당연히 일방향이다. 다만 두 수업에 차이가 있다면 실시간이냐 아니냐다.


자, 그럼 말을 정리해야 한다. 관리자들이 요구하는 수업은 쌍방향 수업이 아니라 실시간 수업인 것이다. 그들은 교사와 학생간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을 하고 있는 현장을 자기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즉, 자기 눈앞에서 목이 부르터라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니면 수업이 아니고,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기술로,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쌍방향 수업을 하기는 어렵다. 줌 같은 화상회의 도구는 점잖게 자기 발언 순서가 되면 마이크를 켜고, 발언이 끝나면 마이크를 끄는(회의실 마이크와 작동원리가 같다) 매너가 익숙한 사람들을 전제로 한다. 그것도 10명 이내일 경우 서로 활발하게 의견이 오가지, 그 이상이 되면 어차피 호스트가 주로 말하고 참가자들은 주로 듣게 된다. 일방향 수업이 되는 것이다.


물론 사이파이 영화에 나오는 것 처럼 가상현실 공간에 아바타가 되어 입장하는 시스템이 있다면 원격으로 이루어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기술은 요원하다. 다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유익한 활동이 있다. 가령 만들기나 그리기 같은 경우 교사가 시범을 보여준 뒤 학생들이 따라 만들면서 그 자리에서 잘 안되는 것을 질문하고, 교정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수학이나 사회 같은 일반 주지교과들은 미리 준비된 일방향 매체를 통해 기본 개념에 대한 설명을 듣고(이걸 녹화물로 하나 실시간으로 하나 어차피 선생이 계속 떠들고 학생은 계속 듣는다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 이후 학생들이 수행한 과제, 학생들이 올린 질문 등을 교사가 검토하고 여기에 코멘트를 붙여 주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다.  


결국 실시간 쌍방수업은 몇몇 특정한 활동 외에는 더 좋은 방법도 아니며, 실현 가능한 방법도 아니다.  그러니 선택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일방향 수업인가, 아니면 시차를 두고 이루어지는 쌍방향 수업인가? 모두 다 가지겠다는 고집은 이 온라인 개학이 교육 혁신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시 천막학교, 임시학교 개념으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감안할 때 온당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리자들이 되지도 않을 고집을 부리면서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까닭은 그들이 가학적이라서가 아니다. 수업을 안한지 너무 오래되어 수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감을 잡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로 빚어진 온라인 개학은 학교밥 먹고 사는 사람들을 완전히 둘로 갈라 놓았다. 수업하는 사람과 수업하지 않는 사람. 수업하지 않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한 수업하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 수업 감도 떨어진데다 새로운 아이티 기술에도 뒤떨어지는 주제에 이러쿵 저러쿵 수업에 참견할 일이 아니다.


차라리 교실에 와이파이 AP 설치 공사를 한다거나, 하다못헤 USB 와이파이 송신기라도 구입하는 등의 일, 혹은 온라인 자료 개발하느라 정신없는 교사들의 힘을 덜어주기 위해 정보공시 자료라도 직접 작성하는 것, 불요불급한 공문을 컷트해서 편철함에 매장하는 것 같은 것들이 관리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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