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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교사 May 02. 2020

소설책을 냈습니다. 명진이의 수학여행

10대의 꿈을 50대에 이루다

저의 첫번째 소설책이 나왔습니다. 사실 30년, 아니 40년 동안 계속 꿈꾸었던 일이 현실이 된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때 장래 희망란에 '소설가'라고 썼으니까요. 물론 그때는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나라가 소설가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참고로 초등학교때는 시종일관 '유기 화학자'였습니다. 막연한 과학자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화학, 그것도 유기화학.


어쨋든 그로부터 세월이 지나고 어쨌든 글을 많이 썼고, 책도 많이 냈고, 그럭저럭 글밥으로 벌어들인 돈이 2 억 정도는  되니까(그게 10년 동안이라는게 문제지만. 아 흔히 생각하는 작가 이미지와 달리 저는 인세와 고료를 엑셀에 정리합니다.) 꿈이 이루어진 셈인가요? 어디 가서 작가라는 호칭을 써도 어색하지 않고, 네이버 인명록도 '작가' 로 신청했더니 이틀만에 바로 승인하더군요.


하지만 초등학교때 부터 그저 막연한 과학자가 아니라 '유기 화학자'라고 장래희망을 썼던 아이가 자란겁니다. 그저 막연한 작가는 용납이 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작가는 어디까지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책이 스무권이든 서른권이든 소설을 쓰지 않으면 그건 온전한 작가가 아니라는 것이죠.

물론 소설 비슷한 것은 몇 개 썼습니다. 제가 쓴 책 중 가장 많이 팔린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경제학' 그리고 그 후속편인 '거짓말로 배우는 10대들의 통계학' '클래식과 함께하는  사회탐구' 역시, 사실상 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펠릭스는 돈을 좋아해'나 '소피의 세계'가 소설이 아니라 청소년 인문사회로 분류되듯 이 책들 역시 그렇게 분류될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해도, 썩 반기는 느낌들은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작은 도서시장에, 그것도 비문학이 문학을 압도하는 시장에서 그런대로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되는 교양도서 작가가, 검증되지도 않은 소설을 쓰느라 시간낭비 한다는데 반길 사람은 없겠죠. 더구나 그 동안의 실적과 의리 때문에 쓰면 어쨌든 출판을 해주기는 해야 하는데, 안 팔릴 것이 뻔하고, 만약 형편없는 졸작이라도 쓴다면 그 동안의 청소년 교양서나 교육 비평서로 얻은 알량한 명성마저 한 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데, 그런 모험을 쉽게 하기 어렵죠.


하지만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은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마침내 2019년, 연구휴직을 신청했습니다. 1년간 무급으로 쉬면서 나의 교육 비평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대작,  '교육 그 자체'의 기초 연구를 하면서, 미뤄 두었던 소설을 쓰기로 한 것입니다.


사실 그 때 쓰려고 했던 소설은 이번에 나오는 '명진이의 수학여행'이 아닙니다. 2018년에  이미 틈틈이 써서 거의 분량이 초고가 원고지 800매에 이르는 장편 소설이 있었습니다. 제목을 <88둥이 와니 샘>이라고 지었고, 2018년 기준으로 딱 서른살을 맞이하는 젊은 여자 교사의 눈으로 학교와 교육과 세상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장편의 주인공인 와니 샘의 멘토인 그 보다 20년 연상의 오석 샘의 이야기도 몇 편 쓸 필요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와니와 그 선생님인 오석을 아우르는 20년간의 세계관을 구축해서 서사를 튼튼하게 할 셈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게 발작이 썼던 방법입니다.


그래서 장편 쓰는 것을 잠시 멈추고 단편 한 두개를 썼습니다. 그러다 한정영 선생님의 소설 '엘리자베스를 부탁해'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엘리자베스를 부탁해'는 4월 16일을 기념해서 나온 소설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죽음도, 원한도, 분노도 없습니다. 4.16을 날것 그대로 감정적으로 소모하는 싸구려들, 그리고 그것을 정파적으로 이용하는 악마들(그게 꼭 수구보수쪽에만 있지 않습니다)이 들끓는 세상에서 정말 보기 드문 세월호 이야기였고, 깊은 감명을 받고 읽었습니다.

  

그래서 교사 입장에서 세월호를 어떻게든 털어야겠다는 생각에 나 역시 4.16과 관련된 소설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다른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장편이라기엔 너무 짧고, 단편이라기엔 살짝 긴 '명진이의 수학여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세월호의 세도 심지어 배를 타는 장면도 죽음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인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속에서 세월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쓰면서 울었고, 교정하면서 울었고, 지금 다시 울고 있습니다. 아 작품 속에도 나오는 대사네요 "샘은 울보라니까."


이 소설책에는 이 '명진이의 수학여행'을 포함하여 몇 편의 단편들을 함께 실었습니다. 물론 사실이 30이면 거짓이 70입니다. 그게 소설이니까요. 하지만 그런 조건이라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일이라고 느끼는, 즉 당장 일어나지 않았을 뿐, 아주 거짓만은 아닌 그런 거짓말들입니다.


청소년 교양서를 많이 쓴 논픽션 작가가 일종의 취미삼아 쓴 소설이라고 얕잡아 보면 큰 코 다칩니다. 그냥 완전한 소설입니다.

자, 긴 말이 필요 없습니다. 5월 4일부터 배송 가능합니다. 당장 가장 자주 이용하는 서점에 가서 주문하시기 바랍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이 책을 배송받는 순간부터 손에서 놓지 않고 단숨에 다 읽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몇번 더 읽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설들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장편 <88둥이 와니 샘>을 빨리 완성하라는 독촉의 메일을 보내게 될 겁니다.

 

구입은 여기에서 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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