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X-ray in my Film
여행 개시 하루 전,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다.
필름은 엑스레이를 쬐면 안 된다. 필름 사진을 조금이라도 찍어본 분들이라면 당연히 알겠지만, 엑스레이가 필름에 주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한다.
필름 제조사인 코닥에서도 수하물 X-ray가 필름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적어놓은 페이지가 따로 있을 정도니 그 위험성은 충분하다.
사진을 찍어왔는데 필름에 저런 줄무늬가 생겨있다면 마음이 정말 아플 것이다. 특히 '아 이건 정말 잘 찍혔을 것 같아!'라고 생각한 필름에 저런 무늬가 생긴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필름사진은 이 여행의 골조에 해당하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티끌만큼의 흠도 허락하지 않은 채로 여행을 시작하고 싶었다.
이전에 수검사를 요청했던 적이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고민이 더욱 심해졌다. 기내 반입용 X-ray는 수하물 검사용 X-ray보다 약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어찌 되었든 필름에 빛이 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것이 괜찮을까?
나는 불안감에 인터넷을 계속해서 찾아봤다. 기본적으로는 올해부터 수검사에 대한 방침이 바뀌어서 필름 감도 400 이상의 필름들은 현장에서 수검사를 요청하면 된다고 하였지만, 어떤 사람은 수검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기도 했고, 어떤 사람은 감도 400이 넘지 않는 필름들까지 몽땅 수검사를 해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로 복불복이다.
확실하게 수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여행 전에 충분히 시간을 두고, 특별보안검색 신청을 한다면 아주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아마 다음번에 가게 된다면 마음 편하게 특별보안검색 신청을 하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때 보안검색 방침에 따라 달라져야 할 것 같다.
출발 당일 검색대,
나는 조심스럽게 투명 비닐백을 꺼내 검색요원분께 건네드렸다.
'저기, 이 필름들 감도 400 이상이라 수검사 요청드리고 싶은데요'
다행히 수검사는 받아들여졌고, 내 필름들은 안전하게 대한민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