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계획의 여행기 08
머리맡에서 전차가 서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벌써 5일째의 아침이 밝았다.
항상 재미있는 시간은 빨리 간다. 그 가운데 있을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어하지만, 끝을 생각할수록 왜 즐거운 시간은 이리 빨리 끝나는지 궁금해진다.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마을 주민 분 한 분이 휴대용 재떨이의 재와 담배꽁초를 개찰구 앞 재떨이에 터는 모습이 보였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는 어제 본 작은 굴다리 밑을 지나 반대편으로 갔다.
산책을 하고 돌아오니 상행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묵은 호텔의 좋은 점은 숙박 시 텐류하마나코 열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준다는 것이었다.
3일 이내에만 쓰면 되고 일회용인 것 같았다. 기념으로 가지려던 티켓을 종점에서 회수해 버렸으니.
나는 호텔로 돌아가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내리고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들을 꺼냈다.
빵은 5분 데우고, 샐러드에 드레싱을 뿌렸다. 아침 준비가 끝났다.
요거트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꿀과 같이 먹으니 먹을만했다.
빵과 치즈 또한 맛있었고 샐러드드레싱도 내 취향이어서 아주 맛있는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텐류하마나코 철도는 카케가와와 신조하라를 연결하는 1987년도 이후 운영되고 있는 철도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한 량짜리 열차로 운행이 되고 있고, 대부분의 열차 시간은 한 시간에 한 대 꼴이다.
나는 가운데에 보이는 강의 끝에 보이는 후타마타혼마치역(二俣本町駅)부터 신조하라역(新所原駅)까지 가는 노선을 타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어제 먹었던 장어가 유명한 하마나 호수를 돌아간다고 한다.
그래도 하마나호수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마마쓰까지 와 놓고서 하마나 호수를 보지 못할 뻔했네
마지막으로 역과 호텔 앞에서 사진을 찍고는 기차를 기다렸다.
열차는 생각보다 금방 도착해서 나를 싣고는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일본 시골의 전차가 좋은 점은 이렇게 앞과 뒤의 창이 뚫려 있다는 것이다.
양 옆만 볼 수 있는 것과는 다르게 앞 뒤도 볼 수 있는 것은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전차에는 나 빼고 4명 정도가 있었다.
나는 짐을 내려놓고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앞서 말했듯이, 해당 전차는 뒤로 타서 앞으로 내리는 구조로 되어있다.
뒤로 탈 때 표가 나오고, 해당 표를 내리는 곳에서 제시하고 돈을 내는 구조이다.
앞과 뒤에 모두 운전식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내리는 곳에도 표를 뽑을 수 있는 통이 있다.
귀여운 점은 뒤에서 전차를 탈 때 표가 나왔다가, 역을 출발하면 해당 표가 다시 기계 내부로 빨려 들어간다.
아마 각 역마다 내야 될 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관리하는 것 같았다.
기계지만 이런 아날로그함이 좋다.
최근에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 중에 유루캠△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고등학생 아이들이 캠핑 부활동을 하는 힐링물이자 캠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만화다. 캠핑장이나 주변 풍경들이 실제로도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 배경이 된 곳을 가면 유루캠의 캐릭터들이 걸려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아무튼 노린 것은 아니지만, 전차를 타고 가던 도중, 정류장의 맞은편에 물이 보이는 것을 발견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뛰어내렸다.
이렇게 거대한 물이 있을만한 곳은 하마나 호수 밖에 없었기에 직감적으로 하마나 호수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내려서 바라본 하마나코 사쿠메 역은 생각보다 정말 작고 예뻤다.
아쉽게도 바로 앞에는 고속도로가 가로지르고 있었는데, 이 고속도로가 없었으면 엄청난 명소가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도 좋았다.
이런 곳을 처음 보기도 했었고, 잔물결이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대합실 내부에 보이는 이것은 유루캠에서 나왔던 장소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나중에 찾아봐서 안 것이긴 하지만, 이외에도 캐릭터들이 방문했던 곳들의 경우 해당 캐릭터의 배너를 걸어두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는 두 주인공이 만나는 장소여서 둘 다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한 명만 방문한 곳은 해당 캐릭터 한 명만 표시되어 있다고 한다.
진짜 IP의 힘은 대단한 것 같았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한적한 시골길은 사진을 찍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날씨는 말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음 열차까지 한 시간.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사진을 아무리 찍어도 15분 정도면 찍을만한 것은 다 찍을 텐데, 나머지는 뭘 하고 기다려야 할까.
결국 나는 점심을 이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주변에 맛집을 검색해 보니 가까운 곳이 많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정류장 건물에 붙어있는 카페 같은 곳 한 곳을 발견했다.
열차가 들어오는 것도 보이고, 다 먹고 시원하게 기다리며 책도 읽을 수 있는 카페 겸 레스토랑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다음 열차를 타려고 하는데, 혹시 점심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고, 야끼소바 정식을 주문해서 먹었다.
야끼소바는 평범한 맛이었지만 후리카케가 뿌려진 밥과 국이 정말 맛있었다.
한 시간에 한 번 운행하는 전차 역의 레스토랑 겸 카페라니. 사람이 많이 안 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가게는 깔끔하고 정돈이 잘 되어있었다.
사장님께 여쭈어보니 열차는 적지만 만화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오기도 하고, 특히 겨울이 되면 이곳에 철새 갈매기 떼가 겨울을 보내기 위해 온다고 하는데, 이때 열차가 들어오는 장면이 장관이라 이를 촬영하기 위해서도 사람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철도 오타쿠의 성지라더니 이런 시골의 역까지 인기가 많다.
밥을 맛있게 먹고는 열차시간이 되어 다시 길을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