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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 Sep 09. 2018

26. 가을 + 감성 = H

Honne, <Love Me / Love Me Not>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고 있다. 오늘은 도저히 집에 앉아있기 아쉬워서 밖으로 나왔다. 우리 동네에는 작은 생태공원이 있다. 작은 연못 위에 나무 데크를 넓게 만들어 그 위로 지나다닐 수도 있고, 주변에는 진분홍 연꽃과 탐스러운 독일 소시지 같은 부들이 널려있다. 


운이 좋게도 마지막 학기에 어떻게 노트북을 구했다. 1학년 때부터 노트북을 들고 밖에서 작업하는걸 꿈꿔왔지만 생각해보니 노트북이 잠깐 있었을 때에도 그다지 사용하지 않았던 것 같다. 1학년 말쯤에 형에게서 맥북프로를 받아서 잠시 사용했지만, 무게도 무거웠고 전원이 없으면 배터리가 오래가지 않았다. 야외 작업을 하기에는 너무 비루한 배터리였다. 그리고 날이 좋으면 놀러 다니고, 날이 안 좋으면 자취방에 박혀있었으니 제대로 된 작업이란 걸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나도 혼자서 행동하는 게 당연해지고 하다 보니 분위기 좋은 카페나 밖에서 작업하는 걸 선호하게 되었다. 작업이라고 해도 지금 하는 대외활동의 프레젠테이션 준비라던지, 브런치에 올리지 못하는 습작들을 작가의 서랍에 남겨 놓는 것 정도가 되겠다.


온도도 적당하고, 습도도 적당하고, 바람도 적당했던 금요일 오후.



"가을과 밤에 어울리는 목소리, Honne"


가을은 외로워지는 계절이라고 했다. 1년 넘게 외롭다 보니 가을이든 여름이든 마찬가지지만,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친구들의 이야기에도 외로움이 듬뿍 묻어나는 계절이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웠던 여름이 지나간 것은 좋지만, 사람들은 더위가 아닌 외로움에 다시 몸서리 칠 것 같다. 가을도 그렇고 겨울도 마찬가지겠지.


혼네(Honne)가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곡은 '3am'으로 기억한다. 유튜브에서 운이 좋게 들었던 노래는 어느 순간 길거리에서 조금 힙하다는 가게들에서는 빠지지 않고 트는 곡이 되었고, 딩고의 '세로 라이브'에까지 출연해서 페이스북에서 한번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https://youtu.be/l09ByLLMj5U

딩고의 세로라이브에 출연한 'Honne', 인트로의 '하나, 둘, 셋, 넷'이 포인트.

혼네의 목소리는 가을과 새벽에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날것의 목소리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사랑을 경험해본 것 같은 가사도 그렇다. 사랑할 때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도 그렇고, 이별의 감정 또한 가사에 잘 녹여낸다. 그리고 혼네의 '3am'은 제목에 걸맞게 감성적인 가사와 감각적인 멜로디로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의 자장가가 되어주었다.



Honne 2집 <Love Me / Love Me Not>, LP 단독 발매


혼네는 2014년 데뷔 싱글로 'Warm On a Cold Night'을 발매했고, 이듬해 EP앨범 <Coastal Love>를 발매했는데 이 앨범이 발매되기 전부터 혼네의 콘서트는 매진을 기록한다. 정규 1집 <Warm on a Cold Night>이 2016년 발매되고, 2년 뒤인 2018년 8월 24일. 정규 2집 <Love Me / Love Me Not>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 앨범은 특이하게도 CD로 발매되지 않고 바이닐로만 발매된다.


손거울에 비치는 모델의 표정이 무섭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감각적이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트랙


Crying Over You(Feat. BEKA)

https://youtu.be/GdJP11JwLos

Honne, 'Crying Over You(Feat. BEKA)'

헤어지고 싶진 않지만 헤어져야만 하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남자와 여자. 그 둘의 마음을 절절하게 표현한 노래로, '왜 내가 너 때문에 울고 있는지 모르겠어', '너를 아프게 할 생각은 없었어. 헤어지고 싶지 않지만, 다른 방법이 없어' 등. 마음에 와 닿는 가사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Day 1

https://youtu.be/hWOB5QYcmh0

Honne, 'Day 1'

이 곡 하나로 혼네의 정체성을 바로 알 수 있다고 하면 사람들이 믿을까? 개인적으로 혼네가 가진 느낌과 장점들을 가장 잘 살린 곡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건 맞지만, 대부분의 혼네의 분위기가 다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기분 탓일까.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노래여서 그런 것일까. 무엇이 정답이든, 그럼에도 우리는 혼네를 듣는다. 가을이니까.






글쓴이 / 하고(HAGO) / 前 음악 듣는 기린

소개    / Crate Digger, 어쩌다가 LP의 매력에 빠져버려서 모으기 시작한 게 취미가 되어, 블로그와 브런치를 오가며 음악을 소개해 주는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후에 개개인의 취향을 저격하는 음악들만 골라서 소개해 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여러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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