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도우너

2024년 9월, 한 도서관에서 ‘독서모임’에 관한 강의 요청을 받았다. 도서관에서 운영 중인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두 시간 짜리 강의였다. 독서모임을 주제로 강연을 해 본 적도 없거니와 외부에서 강의 의뢰가 오면 내향형 인간으로서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부담감이 밀려오며 할 수 없는 이유를 찾기 바쁜데 이 강의는 받자마자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시간이면 너무 짧은데’, ‘할 말 진짜 많은데... 뭐부터 얘기할까’를 고민하는 나를 보았다. 급기야 그 강의가 끝나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 독서모임의 희노애락과 흥망성쇠에 대한 얘기를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글을 쓰고 앉아있다. 회사원이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처럼 독서모임은 나에게 그저 매일 하는 일이어서 특별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이것에 대해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도 없었다. 그런데 말하고 싶었나 보다. 할 말이 많았나 보다. 지금은 이 주제가 누가 뭐라하든 꼭 쓰고 넘어가고 싶은 이야기가 되었다.

2016년 1월 책방을 시작했으니 이제 곧 10년이 된다. 뭐든 좀 해봤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10년은 경험해봐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10년이 다가오니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보다 철은 좀 들었으나 어디 가서 책방 좀 해봤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고수가 되지도 않았고 누군가 책방 운영에 대해 묻는다면 되려 할 말이 없어진 여전히 어설픈 책방지기이다. 보통 ‘지기’라는 접미사가 붙는 직업을 보면 등대지기, 문지기 등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을 뜻하는데 책방 운영자들을 ‘사장님’이란 호칭보다는 ‘책방지기’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책방은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일이긴 한가 보다. 지켜야 하는 것이 당연히 책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돌이켜보면 책방이 아닌 나를 지켜야 하는 일이었다. 책방지기란 무릇 ‘책방지기를 지켜 책방을 지키는 자’였던 것이다. 그리고 책방지기를 지킬 수 있게 해준 가장 큰 힘은 바로 독서모임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진득하게 책을 읽기 위해 시작한 것이었는데 언제부턴가 독서모임이 책방의 주업이 되어 후미진 동네 모퉁이 책방에서 매일 다른 주제의 소소한 독서모임을 기획하고 운영해 왔다. 그 덕에 알지 못했던 세계를 알게 되고 닫혀있던 내 세계를 깨고 확장할 수 있었다. 처음엔 남이었던 사람들과 책을 읽으며 울고 웃고 점점 친구가 되어갔다. 독서모임을 하며 나의 모났던 부분들이 조금은 깎이고 둥글어졌던 것처럼 모임에 함께 하는 사람들 역시 그 안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아왔다. 그리하여 난 독서모임의 힘을 믿는다. 종교는 믿지 않아도 독서모임의 힘은 믿는다. 그 힘을 믿기에 성숙한 독서모임, 좋은 독서모임이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늘 고민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옮겨보려고 한다.

독서모임에 대한 좋은 책들이 이미 나와 있기도 하고, 내가 하는 모임들이 좋은 독서모임의 표본이 아니지만 그렇게 만들고자 하는 시행착오와 고민의 지점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독서모임을 시작할 분들, 시작한 분들, 시작했었다가 멈춘 분들, 참여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 되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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