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독서 모임을 시작해보길 권하면 대부분 자신 없어 하는데 그 이유로 꼽는 것이 모임을 이끌만한 지식이나 능력이 없다는 것과 주변에 같이 할 만한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게 주된 이유이다. 내가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위의 두 가지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같이 책 읽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할 수 있겠다고 소소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독서모임에 대한 그림을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각자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시작해보길 권한다.
사람을 모으는 방식은 각자 처한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다르다. 요즘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모임을 시작하는 분들이 많다. 주변에 취향을 공유할 사람들이 없다면 온라인 플랫폼에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찾을 수 있다. 코로나 이후 줌 zoom으로 하는 독서모임도 많아졌고 다음 카페, 당근마켓이나 ‘소모임’과 같은 앱을 통해 온오프라인 모임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처음부터 온라인을 통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지만 그게 부담스럽다면 성향이나 취향이 맞는 아는 사람들과 먼저 시작하면 좀 더 편할 것이다. 나는 책방을 운영하고 있기에 책방 단골 손님들에게 제안하거나, 책방 SNS계정으로 사람을 모았다. 주변에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면 모임을 만들기가 훨씬 쉽다. 책방의 모임 공간에서 뜻이 맞는 동료 교사들이 모여 독서모임 하는 경우나 재테크 동호회에서 경제 관련 독서모임 하는 것을 자주 보았다.
나는 아직도 줌이나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줌 모임에 참석해보면 목욕탕에 갔다가 비누칠만 하고 때를 안 밀고 온 느낌이랄까. 난 때가 많은 사람이라 그런지 좀 시원하지 않아서 여전히 오프라인 모임만 하고 있는데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온라인에서 모인다면 내 생활반경에 만나지 못하는 다양한 사람을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확장성, 오고 가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배움과 소통이라는 것은 오감으로 훨씬 잘 느껴지는 것이라서 작은 카메라와 음성 전달로만 소통이 일어나는 온라인의 방식은 내겐 매력이 좀 떨어진다.
모임 인원은 몇 명이 적당할까. 몇 명이 모이던지 다 적정 인원이라고 하는게 정답인지도 모르겠다. 세 명이 모여도 좋고 열 명이 모여도 좋으니까. 다 나름의 재미와 의미가 있었다. 그래도 적정인원을 굳이 따져보자면 모임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눠야하는 작은 독서모임의 경우 6~8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느낀다. 인원이 적으면 한 명씩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지만 생각거리가 다양하지 않고, 한 두 명만 빠져도 모임이 썰렁하다. 반대로 인원이 너무 많으면 생각과 의견을 골고루 나눌 시간이 부족하고 약간 산만해지는 느낌이 있다. 6~8명이 서로의 생각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나누기에 알맞다. 하지만 우리 삶이 늘 적정하겠는가. 책방에서 하는 모임들을 보면 어떤 모임은 한두 명 일 때도 있고 어떤 모임은 열 명이 넘어가기도 하면서 평균적으로 6~8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부터 적정 인원이 단번에 모이는 것은 아니기에 머릿속에 사람 수에 대한 프레임을 버리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야심차게 모임을 시작했다가 1명밖에 안 와서 취소했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다. 1명밖에 없는 게 아니라 1명이나 있는 것이다. 1명이라서 모임을 취소하는게 반복되면 적정 인원에 이르기 힘들다. 열 명이 모이든 백 명이 모이는 늘 한 명부터 시작이다. 지난 10년간 독서 모임을 하면서 한 명과 단 둘이서 모임을 한 적도 여러 번이다. 1명이라는 이유로 모임을 취소한 적은 없다. 그 한 명과 재미있게 모임을 하면서 다음 한 명을 기다리고, 한 명이 두 명이 되고, 두 명이 세 명 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론 달랑 두 명이 모이는 시간이 길어지면 한 명이 빠지는 경우 모임의 지속성을 갖기 힘들어지지만 그래도 일단 해보고 싶은 모임이 생기면 같이 할 1명을 찾기는 중요하다. 25살 때 잠시 했던 독서 모임이 있는데 그 때도 단 둘이었다. 이제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았던 한 분과 기세춘 선생님의 ‘묵자’를 읽기 위해 모였었다. 그렇게 몇 번 모임을 하다가 책 앞부분 조금 읽고 서로 일에 바빠져서 헤어졌지만 그래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묵자를 읽고자 하는 사람이 어딘가에 한 명은 있다는 사실을 지금도 어떤 모임을 만들 때 힘이 된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홀로 무인도에서 살아가는 주인공(톰 행크스)에게 힘이 되어준 ‘윌슨’이라는 하나의 존재였다. 비록 배구공이었을지라도.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에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저희를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태복음 18장 18절~20절)
거창하게 성경 구절까지 인용했지만 작은 모임의 시작을 응원하는 이보다 적당한 말이 어디 있을까. 시작이 반이고 그 시작은 한 사람 더하기 한 사람이다. 큰 마음을 가지고 작게 모임을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