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의 목적을 정하고 같이 읽을 사람도 확보되었으면 이제 슬슬 모임을 시작하면 된다. 완벽해지면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면 도무지 시작할 수가 없다. 일단 시작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아지는 길이 가장 빠른 것 같다. 그럼에도 시작하기 전에 모임을 구성하는 요소에 대해서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면 좋겠다.
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 나 역시 구성 요소를 따져보며 했던 건 아니다. 일단 시작하고 그냥 되는대로, 닥치는대로 했는데 그간의 시행착오들을 되돌아보니 분명히 신경을 쓰고 챙겨야 할 부분들이 확연히 떠오르고 굵직하게 구분되는 요소들이 있다. 학창시절 생물 시간에 곤충은 크게 3부분, 머리, 가슴, 배로 나뉜다고 배웠다. 곤충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건만 이게 머릿속에 왜 그리 각인 되어있는지 뜬금없이 독서 모임도 곤충처럼 세 부분으로 나누고 머리 가슴 배에 비유해 볼 수 있겠다.
독서모임은 크게 책, 사람, 형식으로 나눌 수 있다. 책이 머리, 사람이 가슴, 형식은 배에 해당한다. 심리상담에 쓰이는 애니어그램 검사에서도 머리형, 가슴형, 장형으로 사람을 구분하기도 하는데 머리형은 이성 중심, 가슴형은 감정 중심, 장형은 행동 중심적인 특성이 있다. 이와 유사하게 책은 이성, 사람은 감정, 형식은 행동에 영향을 주기에 이러한 구분법이 영 이상한 소리는 아닌 것 같다.
독서모임의 머리는 책이다. 책 선택이 좋은 독서 모임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서모임에서 책의 중요성은 춤에서 음악의 역할과도 같다. 음악에 따라 춤이 달라지는 것처럼 책에 따라 모임이 달라진다. 좋은 책은 좋은 멤버를 부르고 사람들이 몰입할 수 있고 책이 던지는 주제에 따라 대화의 깊이도 달라진다. 그래서 모임에서 가장 공을 들어야 하는 부분이다. 다르게 말하면 좋은 책을 선택하면 절반은 성공이고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좋다고 느끼기 힘들다.
두 번째 요소, 즉 가슴에 해당하는 건 사람, 모임의 구성원들이다.
책을 보고도 어떤 사람이 모이느냐에 따라 나눌 수 있는 대화는 차이가 크다. 니체의 책을 읽고도 아이의 학원정보를 나누다 헤어질 수도 있고 릴케의 시집을 읽고도 사돈의 팔촌 욕만 하다가 끝날 수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모이는 사람들의 태도와 생각의 수준이 대화의 질을 좌우하고 그것이 모임의 정서가 되기에 어떤 사람들을 모을 것인지는 꽤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구성원이 될지는 예측할 수 없기도 하고 이미 온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건 너무도 힘든 일이기에 그건 세 번 째 요소, 형식 안에서 다듬어가는 것이 좋다.
세 번째 요소(배)는 형식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 어디서 누구와 먹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는 것처럼 어떤 공간에서 어떤 식으로 독서모임의 시간을 구성하느냐도 중요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생물체이다. 강한 자유의지를 가지고 완강한 부분도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동조와 동화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에 성장에 유용한 형식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1843년,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Justus Liebig)가 주장한 ‘최소량의 법칙(Law of the Minimum)'이 있다. 식물에서 모든 영양소들이 충분해도 한가지가 부족하면 결국 가장 소량의 영양소만큼이 기준이 되어 생육을 지배하기 때문에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론이다.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은 식물 뿐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독서모임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독서모임에서도 책, 사람, 형식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건강을 유지해주어야 유기적으로 긍정적이고 좋은 모임이 된다.
이렇게 독서모임을 크게 세가지 요소로 간략히 나누고 설명했는데 각 요소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나의 시행착오이겠지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아래로 더 내려가 세부적 요인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