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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고집 Sep 04. 2024

별이 빛나는 고흐의 밤에서

뉴욕 MOMA 5층, 나는 그 마을에 끼어버렸다.

마을엔 홍수가 덮쳐오고 소용돌이치는 그 언젠가

모든 건 번져보이고 아른해지는데


나는 여전히 외롭고 공허하고

무의미한 듯 보이지만 모든 것엔 의미가 있음에

괴로워진다.


©hagozip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은 찍지 않았어


모두가 총명한 두 눈이 아닌

시커먼 세눈박이 고철덩어리로 깊은 그 밤을 볼 때

가만히 서 그 마을을 걸어보다가

밤을 그려낸 붓자국 사이 어딘가 끼어버린 듯 했어


한순간 나는 아득히 외로웠고


그대로 뒤돌아


그깟 화학 안료 쯤은 아무것도 아닌 양

인스턴트스러운 이 시대의 청년 군상처럼

미련 따위 묻지 않은 선명한 발자국을 남기다가


문득,



채 끊기지 않은 찐득찐득한 생각들이

그 밤처럼 마구 뒤엉켜 흘러내리는 거야


남긴 발자국을 그대로 밟으며 되돌아갔어

형체 없이 덩어리진 생각들을 되새김질하면서 말이야



별이 빛나던 그 두 번째 밤은 여전히 외로웠어


그리고 고개 돌린 창문 밖엔

고스란한 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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