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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경 Nov 09. 2024

Prologue: 심장박동기에 대한 글을 쓰게 된 이유

3도 방실차단, 7살에 심장병 환자가 되었습니다.

제 심장은 언제부터인가 아주 느리게, 그리고 위태롭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내 나이 겨우 일곱 살, 또래 친구들이 뛰놀던 운동장에서 저는 늘 금방 지쳐버리곤 했죠. 이유도 모른 채 자주 피로해지고 숨이 차오르는 어린 시절, 의사 선생님은 저의 심장 박동수가 잠잘 때 40에 불과하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병명은 "완전방실차단"이라네요.


방실차단은 3가지 유형의 나뉘어요.

    1도: 심실로 향하는 전기 전도 지연  

    2도: 전기 전도의 간헐적 차단  

    3도(완전): 전기 전도의 완전 차단  

제가 받은 진단, 완전방실차단은 심방에서 어떠한 신호도 심실에 도달하지 않는 상태를 뜻해요.


내 몸속에 인공심장박동기를 넣어야 한다고?

진단명이 나온 이상, 치료가 필요했는데 현재로서 완전방실차단을 치료하는 방법은 인공심장박동기 밖에 없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인공심장박동기라는 생소한 단어와 마주해야 했고, 그것이 나와 평생을 함께할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단어조차도 뭔가 대단하고(?) 무서운 기분이 들어요.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는 어린 마음에도 두려움과 혼란이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열세 살이 되던 해에 다시 한번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시 또 수술이라니, 나는 왜 이런 운명을 갖게 되었을까?’ 그런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주위의 친구들은 학교와 놀이에만 집중하던 나이에, 이 작고도 복잡한 장치를 내 몸에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앞으로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박동기와 적응하며 살아가기

시간이 지나며 저는 인공심장박동기와 삶이 하나로 연결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이 장치는 단순히 내 심장을 지켜주는 기계가 아니라, 내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일부가 되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제 안에는 두 번의 수술을 통해 얻은 용기와 끈기,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수많은 질문과 깨달음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을 덮쳐 온 진단의 충격에서 시작하여, 두 차례의 수술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진 여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심장이 저에게 던진 도전과, 그 도전을 통해 배운 삶의 무게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브런치 북 소개글에 말했다시피 이 브런치 북이 저처럼 인공심장박동기와 동행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은 위로와 용기를, 심장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시각과 배움의 기회를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자주 심장 관련카페에 들어가서 서맥이나 박동기에 대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나누기도 하고,

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앞으로 진로도 심장 쪽 관련 일을 하게 될 거 같고요!)


그동안 어린아이를 가진 부모님이나 나이가 드신 부모님의 자녀분들께서 경험을 나눈 경우를 봤는데, 당사자가 직접 "이런 불편함이 있어요, 이런 감정을 느꼈어요"라는 등 자세한 정보는 보이지 않더라고요.


저의 경험을 자세히 나누고, 심장박동기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에게도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단 한 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것보다 의미 있고 행복한 일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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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동안의 이야기 시작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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