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있는 병원에는 주로 10대부터 30대 정도까지의 젊은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 생각보다 턱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거나, 병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아픈 지 오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특유의 젊음으로, 아픔을 아프다고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익숙해져 버렸거나,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취업에 치여서 병원에 올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 정도까지 와버렸거나.
사실 나도 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구강내과는커녕 턱관절 통증이라는 개념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저작근의 만성 근육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나도 턱관절질환이 있다)
통상 6개월 정도 이상으로 지속되는 통증은 만성 통증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좀 더 최근의, 구체적이고 교과서적인 정의가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러하다. 우리는 아픈 게 있으면 보통 약을 먹고 금방 낫기를 바라곤 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은 경우가 바로 만성인 상태이다.
우리의 뇌는 학습을 하고, 기억을 한다. 염증이 해소되지 못하고, 자극이 반복되고, 통증이 지속되면 그 부위는 '아프고 약한'곳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 그리고 그 부위 주변까지 싸잡아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오해를 받기 시작한다. 괜히 멀쩡한 엉뚱한 부위를 아픈 곳으로 지목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우리의 조그만 두경부에서, 수많은 근육과 신경이 얽혀서.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
시작은 그냥 턱이 가끔 뻐근하고, 입 벌리고 씹을 때 좀 불편한 정도인데, 점점 귀 주변에 통증이 있고 아침마다 턱이 아프고, 어느 날은 입도 안 벌어지고,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몇 개를 먹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치아가 아파서 치과에 갔는데 아무리 x-ray를 찍어도 치아는 이상이 없다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경치료를 해보자고 했는데 치료가 끝나니 이번에는 그 옆 치아가 아픈 것 같아지는, 이런 것들이 바로 구강내과를 검색해 보기 전 흔히 환자분들이 겪는 증상들이다.
사실 만성 근육통이 있으면 근골격계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고, 바쁘고, 힘들고,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잠도 잘 못 자고 신경정신과적인 지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현대인의 덕목 같은 그런 생활이 과연 개인의 삶에 좋기만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극단적인 예로 공부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시는 한 신경과 의사 선생님도, 우리 병원에 환자로 오신다.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분도 알고 나도 알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가끔이라도 좀 편해지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관리해 주신 거라 많이 칭찬해드리곤 한다.(턱관절 질환은 행동요법과 꾸준한 물리치료가 기본이다. 어른이 되어도 열심히 노력했으면 칭찬받아야 한다!!)
아픈 지 오래되면 회복에도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습관이 영향을 많이 주다 보니 생각보다 재발도 쉬운 편이라 힘이 들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 약에 큰 기대를 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세상에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문제를 안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노력(⭐️⭐️⭐️⭐️⭐️)과 약과 물리치료와 주사와 장치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사실 만성 근육통은 할 말이 너무너무 많다. 문제는, 실컷 얘기해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는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결론은, 너무 오래 아프기 전에 병원에 가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