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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니 Sep 03. 2023

#07

만성 근육통

 지금 있는 병원에는 주로 10대부터 30대 정도까지의 젊은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 생각보다 턱이 아프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거나, 병원을 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아픈 지 오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특유의 젊음으로, 아픔을 아프다고 인지하지 못할 만큼 익숙해져 버렸거나,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이고 취업에 치여서 병원에 올 시간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 정도까지 와버렸거나.


 사실 나도 치대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구강내과는커녕 턱관절 통증이라는 개념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미 중학교 때부터 저작근의 만성 근육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나도 턱관절질환이 있다)


 통상 6개월 정도 이상으로 지속되는 통증은 만성 통증이라고 얘기한다. 물론 좀 더 최근의, 구체적이고 교과서적인 정의가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러하다. 우리는 아픈 게  있으면 보통 약을 먹고 금방 낫기를 바라곤 하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쉽지 않은 경우가 바로 만성인 상태이다.


 우리의 뇌는 학습을 하고, 기억을 한다. 염증이 해소되지 못하고, 자극이 반복되고, 통증이 지속되면 그 부위는 '아프고 약한'곳이라는 낙인이 찍혀버린다. 그리고 그 부위 주변까지 싸잡아 뭔가 불편하고 어색한, 오해를 받기 시작한다. 괜히 멀쩡한 엉뚱한 부위를 아픈 곳으로 지목해 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우리의 조그만 두경부에서, 수많은 근육과 신경이 얽혀서.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


 시작은 그냥 턱이 가끔 뻐근하고, 입 벌리고 씹을 때 좀 불편한 정도인데, 점점 귀 주변에 통증이 있고 아침마다 턱이 아프고, 어느 날은 입도 안 벌어지고, 두통이 심해서 타이레놀을 몇 개를 먹어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고, 치아가 아파서 치과에 갔는데 아무리 x-ray를 찍어도 치아는 이상이 없다고, 그래도 혹시 모르니 신경치료를 해보자고 했는데 치료가 끝나니 이번에는 그 옆 치아가 아픈 것 같아지는, 이런 것들이 바로 구강내과를 검색해 보기 전 흔히 환자분들이 겪는 증상들이다.


 사실 만성 근육통이 있으면 근골격계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받고, 바쁘고, 힘들고, 이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잠도 잘 못 자고 신경정신과적인 지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일을 열심히 하는, 현대인의 덕목 같은 그런 생활이 과연 개인의 삶에 좋기만 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극단적인 예로 공부 열심히 하고 일도 열심히 하시는 한 신경과 의사 선생님도, 우리 병원에 환자로 오신다. 이론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분도 알고 나도 알지만, 상황이 상황이라, 가끔이라도 좀 편해지고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열심히 관리해 주신 거라 많이 칭찬해드리곤 한다.(턱관절 질환은 행동요법과 꾸준한 물리치료가 기본이다. 어른이 되어도 열심히 노력했으면 칭찬받아야 한다!!)


 아픈 지 오래되면 회복에도 그만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습관이 영향을 많이 주다 보니 생각보다 재발도 쉬운 편이라  힘이 들고 노력도 많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 약에 큰 기대를 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세상에 그렇게 쉽게 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문제를 안다고 해서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노력(⭐️⭐️⭐️⭐️⭐️)과 약과 물리치료와 주사와 장치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


 사실 만성 근육통은 할 말이 너무너무 많다. 문제는, 실컷 얘기해도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는 어차피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에,


결론은, 너무 오래 아프기 전에 병원에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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