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바쁘고, 다친 발목은 생각보다 오래 아프고, 내 뜻대로 안 되는 일 투성이에, 사이에 껴서 새우 마냥 등 터지는 일상의 연속이라 부정적인 에너지만 잔뜩이었다. 사실 몇 시간 전에도 배달 음식으로 인한 문제가 있었고, 그 때문에 엄마와 언쟁이 있었다. 그렇게 기껏 만든 여름휴가가 엉망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었을뻔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사이사이에, 어떤 일상을 일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하나하나 차곡차곡 정리해 주는 힘이라도 있는 마냥, 어색했던 친구사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예전처럼 돌아갔고, 무려 부산 여행도 했으며, 같이 여행한 친구들에게는 개인 영상 제작 선물을 해줬고, 바쁜 업무로 불만이 가득했던 후임에게 보낸 커피 기프티콘은 분위기의 전환과 함께 감사 인사로 돌아왔다.
휴가날에는 맑음이가 열일을 한다(맑음이=나)
보통, 부정적인 생각은 잘 기억을 못 하는 편이라 어떻게 보면 속편하다 싶겠지만, 실상은 남들이 만만하게 생각하고 막대해도 된다 싶어지는, 그래서 나 혼자 더 억울한, 그런 성격이다. 그래서 일기를 쓰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대다수의 일기는 '내가 잊지 말고 반드시 기억해서 사람 좋게 웃어주는 기본값을 애써 바꿔서 거리를 둬야 될 사람들에 대한 일화의 기록'이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많아 생각이 깊은 사람들은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곤 한다. 그렇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타인을 배려해서 본인 속은 곪아가고, 타인들은 평온하게 남을 욕하며 살아간다. 아이러니하지만, 세상은 완벽할 수 없는 것 같고, 그래서 포기해 버린 부분이고.
그래서 일상이라는 게 참 애매하게도, 세상과 타협한 수준의, 애매하게 정상적인 기준에 맞춰 유지되고 있다.
내 성격이지만 참 세상 살아가기 힘든 성격이다, 싶다.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중구난방에, 도저히 결론을 알 수 없는 문장의 연속들을 술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적었다는 게 나조차도 신기한 밤이다.
사실 이년쯤 전에 작가 신청을 했다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 발행하는 이 매거진에는 그때 저장해 놓았던 글들이 군데군데 섞여있다. 이것도 그때 썼다가, 미처 공개되지 못했던 글이다.
여름은 힘이 든다. 덥고, 습하고. 그래서 평소라면 예민하지 않을 일에도 날을 좀 세우게 된다.
아마, 그래서 뭔가 힘들었던 모양이다.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이런 기록을 보지 않고서는 기억조차 못할 일이었던 것을, 왜 그리 심각했었는지.
내일은, 대체공휴일이지만 나는 출근을 하고, 바쁠 예정이다. 모레도, 그다음 날에도. 이번 주 내내. 그리고 유월 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