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제습제를 놓는 계절
잠들기 직전에 해가 뜨고, 하굣길에 날벌레 무리에 손을 휘젓는 계절이 오면 실감한다. 곧 여름이 온다.
여름이 오기 전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에어컨, 선풍기 청소부터 시작해서 벌레와의 싸움 대비, 무엇보다 습도와 싸울 준비를 해야 한다. 여름만 되면 내 방은 종이로 만든 사각형 작품처럼 습기에 취약해진다. 그 탓에 벌써 내 방 이곳저곳엔 제습제를 놓아두었다.
습기는 무엇이든 그리 오래 보존되기가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눅눅해진 종이상자 안에선 상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참 신기한 게, 더워지는 건 날씨인데 내 마음의 온도도 자꾸 올라간다. 한 철의 여름은 사람을 쉽게 착각하게 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을 세워 두고, 그 뜨거움이 마치 자기 마음인 양 믿게 만든다. 크고 또렷한 태양처럼 사랑도 열망도 커지고 무엇이든 해야 할 것만 같고 또 그렇게 될 것만 같은 이 여름에 속아 내 마음도 자꾸 여름이 된다.
그러나 여름은 지나고 나면 금방 식어버리고 마는 그런 계절. 그리도 무책임하게 식어버릴 거면서 나는 매년 여름마다 너무 달궈진 내 마음 때문에 고생을 했다. 여름이 함께 가져오는 습기를 간과했었다. 열기가 다 식고 나면 밖으로 흐르지 못하고 안으로 샌 눈물 때문에 눅눅한 내 마음만 남았었다. 마음이 눅눅해지면 곰팡이가 슬고, 벌레가 꼬인다. 그러면 남은 계절은 그 마음을 청소하는 데 써왔던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그 모든 여름들에서 배운 것들이 있다. 시끄러운 밖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자주 살피고 지금 습도가 어떤지 들여다 봐주어야 한다. 가장 먼저 햇빛에 꺼내놓고, 바람을 통하게 해 주어 식히고, 말려줘야 한다. 제습제도 여러 곳에 놓아주어야 한다. 내 습기를 말려줄 것들. 이야기하는 것,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것, 일기를 쓰는 것.
이것이 나만의 여름 준비이다.
여름의 침범이 달갑지만은 않지만 나는 매번 휘둘리지 말자고 다짐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여름의 그 열기를 사랑한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내 마음에 제습제를 걸어두고 이번 여름엔 너무 눅눅해지지 않기를 바라며, 밝아오는 아침 햇살을 이불 삼아 잠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