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의 무게

어윽 무거워

by 하영

최근 나에게 "사랑해"라고 말하는 사람이 생겼다.

그는 문득문득 내게 "사랑해"말을 건네고, 전화를 "사랑해"로 마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에게 "그래"라고 답하는데, 이걸들은 내 친구는 내가 너무 모진 것이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 사랑해라는 말은 참 무겁다.

묵직하고 거대해서 꺼내 올리려면 큰 힘이 필요한 말이다.


나는 마음에 없는 소리는 못한다.

안 한다고 하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으나, 못한다고 할 정도로 안 한다.

마음에 없는 말도 소리로 들으면 진심으로 들려서, 다른 이를 착각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해라는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하지 않으니까.


사랑

사랑이 무엇일까?

나는 사랑이란 단순 감정 이상의 것이라는, 다소 동화적일 수 있는 환상을 갖고 있다.

사랑은 그저 좋아하는 것과는 다르지 않나?

나는 "좋아해", "보고 싶어"와 같은 표현은 정말 많이 하지만, "사랑해"라는 말만큼은 아껴둔다.

정말 '사랑'이라고 느꼈을 때, 그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남겨두기 위해서.

가벼이 사랑해라고 말하면 나중에 내 진심을 담은 "사랑해"가 그 힘을 잃을 테니까


지금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는 그의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같을까?

그의 "사랑해"는 얼마나 무거울까?

참 듣기 좋은 말이지만, 참 기쁜 말이지만, 들을 때마다 생각이 많아진다.

사람마다 사랑의 기준이 다르다는데, 그의 사랑을 내 기준으로 치환하면 그건 사랑일까?

나는 그의 사랑이 맞을까?


우리는 연인이 아니다.

아마도 내가 이런 의문을 품고 있는 한, 연인이 되기는 어렵지 않을까.

이렇게 예비 독거노인이 탄생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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