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고소를 진행 중이다. 그것도 10명도 넘는 상대를 대상으로.
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사건의 개요는 이러하다.
대선 티비토론 중 모 후보가 믿을 수 없는 성폭력 발언을 했고, 이는 SNS를 통해 확산되었다.
나는 이 중 한 게시물에 달린 그를 옹호하는 댓글에, 해당 후보의 발언은 성폭력이 맞다는 것을 아주 친절히 설명해 주었는데, 그 이후로 굉장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띠롱"
알림이 5분 간격으로 울린 것 같다. 내용은 반박이 아니었다. 나에 대한 조롱이었다. 주로, 나의 지능과 외모를 비하하고 "아줌마"라고 지칭하며 비웃는 댓글들이었는데, 사실 상처가 된 댓글은 없다.
모두 나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느끼기도 하고, 너무나도 흔한 레퍼토리의 욕들이기에 그냥 '그래 너희 나를 모욕하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든달까.
그럼에도 고소를 진행하게 된 것은 나를 위함과 남을 위함,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지금, 거리에서 만나는 2030 남성이 두렵다.
그들 중에 나에게 댓글을 단 사람이 있을 것 같다. 댓글을 단 사람 대부분이 젊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단 반박댓글에 화가 나서 나에게 해코지를 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내 계정은 실명에 얼굴 사진도 여러 장 올라간 개인•일상•공개 계정이다.), 나 몰래 사진을 찍어 이상한 사이트에 올리거나 딥페이크 범죄물로 만들까 무섭다.
무엇보다도 그냥, 그런 생각을 하며 사는 사람이 멀쩡한 척 내 옆에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사실이 소름 끼친다.
내가 일상에서 불합리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 그들에게 처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혐오는 나만을 향하지 않는다.
그들의 모욕은 약자를 향해있었다.
그들은 나에게 지능이야기를 여러 번 했는데(자세한 내용은 지적 장애인에 대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으니 생략한다.) 지능이 낮은 것이 어째서 수치스러운 일이 되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지능 얘기는 모욕이 아니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의도가 모욕을 위함이므로 나는 모욕감을 느낀다.-
또한, 페미같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들었다.
당연하다.
페미니스트니까.
그렇다면 묻겠다. 당신은 안티 페미니스트인가?
성평등에 반대하고, 여성은 남성에게 복종해야 하며, 동등한 임금을 받아서는 안되고, 여성이라는 이유로 생존권을 위협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라고 답했다면 당신도 페미니스트다.
하지만 그들은 안티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밝힌다. 혐오를 자랑스러워한다.
아줌마는 집에서 밥이나 하란다.
있지도 않은 딸이 자라면서 내게 당할 페미 가스라이팅을 걱정한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솔직히 한 명 한 명 친절히 반박해 줄 의지를 잃어서 고소하는 것도 있다. 고소당해보면 처벌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하는 말이, 생각이 범죄의 혐의점이 있다는 것은 깨닫겠지 싶어서.
그리고 그것보다도, 이를 통해 사회에 혐오가 조금이나마 줄어들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소를 진행한다.
혼나보고 다른 사람한테는 그러지 말렴.
그리고 니 친구들한테도 이런 짓 하면 혼난다고 널리 널리 알리렴.
혐오는 전염성이 강하다.
고리를 끊어내야 더 이상의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슈퍼전파자도 있다.
슈퍼전파자는 치료가 될 때까지 격리가 필요하다.
생각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고 하지만, 때로는 그른 생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