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싫어해요

by 하영

최근 불쾌한 경험을 했다.

공적인 문제로 이견을 제시하였는데, 상대방 남성은 이에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사이가 틀어졌다.

사실 여기까지는 '왜 저래 정말' 하고 넘길 정도였다. 적어도 나는.

정말 불쾌한 것은, 이 이후에 해당 남성이 뒤에서 하고 다닌 말이다.

"내 생각엔 걔가 날 좋아하는데 내가 받아주지 않으니까 토라져서 틱틱거리는 것 같아"

내가 순식간에 공사구분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은 차치하고서도, 매우 기분이 상한다.

내가 본인정도에게 반할 사람으로 보이는 걸까?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몇 가지 가설을 세워보았다.


1. 잘해줘서 착각했다.

사이가 틀어지기 이전 나는 분명 그에게 잘해주긴 했다.

그는 멘탈이 매우 약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스타일이었고, 멘탈이 나가버리면 일에 차질이 생길 것을 알기에 나는 미리미리 그의 '기분'을 맞춰주는 이야기를 했고, 인류애적으로는 사랑받는다 느끼게 하여 이 인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에, 그의 우울한 이야기에 위로도 해줬다. 이건 조금 못된 것 같지만 짝사랑 상대에게만 선물을 보내면 이상하니 그에게도 기프티콘도 보내곤 했다.

그래서 이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 되는 것인가.


2. 다른 사람들도 자기 같은 줄 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여자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곤 했다.

"다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

주로 남자아이가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상황에서, 어른들이 여자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실제로 해당 나잇대 남자아이들이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참 싫어했다.

좋아하면 괴롭혀도 되나?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사회화 과정을 거치며 이런 사고를 고쳐나간다.

그런데, 이 유년기적 사고방식을 유지하는 '일부'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가 그런 사람인게 아닐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다 지 같은 줄 아는 게 아닐까.


3. 소설 동백꽃에 과몰입했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는 화자를 좋아하여 뒤틀린 애정표현 방식을 보여준다. 화자의 수탉을 괴롭히고, 매운 고추장을 먹이고, 동백꽃을 꺾는다.

어쩌면 착각에 빠진 그가 최근 동백꽃을 읽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화자에 너무 몰입하여 자신을 괴롭게 하는 모든 것이 그저 뒤틀린 애정표현일 것이라 여기는 것은 아닐까?


자, 이것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저 길고 긴 푸념을 늘어놓은 것이니까.

하지만 그가 이것을 보고 아니라고 억울해한다면 말할 것이다.


"나도 착각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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