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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마 Oct 02. 2024

왜 비빔밥이 네 인생과 닮았을까?

하기 싫은 일도 결국엔 너를 성장시킬 거야

사랑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엄마가 만들어 준 비빔밥을 기억하니? 엄마는 지난 주말에도 비빔밥을 만들었지. 밥 위에 아들이 평소에 안 먹는 야채를 잔뜩 올려놓고 그 위에 계란 프라이를 정성스럽게 얹고 마지막으로 고추장과 참기름을 더했지. 그 재료들이 어우러지면 하나의 훌륭한 한 끼가 돼. 사실 비빔밥을 만들 때는 재료들이 각각 따로 있어 보이지만, 잘 섞으면 더 맛있는 음식을 완성할 수 있어. 너도 알다시피 때로는 먹기 싫은 채소나 나물이 눈에 띄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그걸 포기하지 않고 함께 비벼서 먹으면 건강에 정말 좋단다. 엄마는 왜 요즘 아들에게 비빔밥을 자꾸 주고 싶을까?


  너는 어릴 때부터 비빔밥을 참 좋아했지. 어린이집에 다닐 때, 선생님들이 반찬을 따로 먹으라고 해도 늘 밥그릇에 모든 반찬을 넣어서 스스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곤 했잖아. 선생님들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신기해하셨지만, 너는 그걸 먹을 때마다 정말 행복해 보였어. 기억나니? 여러 가지 맛이 한데 어우러져 더 맛있어진 걸 좋아했던 것 같아. 지금은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할 수도 있겠지. 이제는 엄마가 비빔밥을 만들어주면 가끔 야채가 너무 많다고 먼저 불평할 때가 있잖아. 하지만 아들아, 엄마는 네가 먹기 싫은 야채만 보지 말고, 다 함께 비벼졌을 때 그 맛있는 맛을 다시 떠올려 봤으면 해. 엄마는 네가 비빔밥을 참 좋아하던 아이였던 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단다.


   너는 요즘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지. 축구 클럽에 가입했을 때, 처음엔 친구들에 비해 잘하지 못해서 정말 많이 속상해했잖아.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아이들인데 어쩜 그렇게 축구를 다들 잘하는지. 중거리 슛을 빵빵 날리고, 태클도 무시무시하게 거는 미국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도 많이 놀랐어. 엄마도 네가 속상해하고 하기 싫어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단다.


  엄마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너를 레벨이 낮은 클럽으로 옮기거나 그만두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어. 하지만 결국 엄마는 네가 그만두는 것보다 더 많은 연습을 시키기로 결심했어. 일주일에 두 번가는 축구를 세 번으로 늘리고, 정규 연습 보다 30분 더 일찍 가서 연습을 시켰지. 왜냐하면, 엄마는 열심히 노력하면 모든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거든. 네가 더 많이 연습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걸 볼 때마다, 엄마는 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단다.


  사실 축구 클럽에 너를 데려갈 때, 엄마도 마음이 많이 답답할 때가 많아. 클럽에는 거의 백인 부모들만 있고, 나 혼자 아시안이다 보니 소외감을 많이 느꼈거든. 특히 영어가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대화에 끼지 못할 때마다 엄마도 마음이 무거워져. 너처럼 엄마도 잘하고 싶지만, 그게 쉽지 않더라. 그렇지만 조금씩 대화를 시도하고, 더 가까워지길 바라면서 영어 공부도 계속하고 있어. 어쩌면 성장이 필요한 건 너만이 아니라 엄마도 마찬가지일지도 몰라.


  그리고 최근에는 학교에서 수학 게임을 하면서 또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지. 네가 수학 게임에서 친구들보다 뒤처진다고 느껴서 속상해할 때마다, "친구는 잘하는데 난 왜 이럴까?"라고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어. 그런데 아들아, 네가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며 힘들어한다는 건 그만큼 네가 잘하고 싶다는 강한 마음이 있다는 증거야. 그건 정말 좋은 거란다. 하지만,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정말 하고 싶은지', '그걸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 그러면 너의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오히려 목표를 더 쉽게 성취할 수 있을 거야. 그래서 엄마는 매일 아침 네가 조금씩 수학 공부를 더 하도록 도와주기로 했어. 꾸준히 노력하니까, 이제는 수학 게임 레벨도 점점 올라가고 있잖아. 이렇게 조금씩 발전하는 너를 보면서 엄마는 네가 자랑스럽단다.


  삶도 비빔밥과 비슷하단다. 하고 싶은 일만 골라서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때로는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도 있어. 숙제를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혹은 네가 관심 없는 과목을 공부할 때도 있겠지. 그럴 때마다 ‘이걸 왜 해야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 하지만 마치 네가 어린이집에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것처럼, 하기 싫은 일들도 결국엔 너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생각해 봐. 비빔밥에 들어가는 채소들은 각기 다른 맛을 가지고 있지만, 한데 섞이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내지. 그리고 그 채소들이 너의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중요한 영양소를 제공해. 비록 네가 좋아하지 않는 채소일지라도, 그것이 너의 건강에 꼭 필요한 것처럼, 하기 싫은 일들도 네 성장에 필요한 부분이야. 너는 그걸 통해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더 강해지고, 더 많은 경험을 얻게 될 거야.


  물론, 처음에는 하기 싫은 일들을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하지만 조금씩 그 일을 해내면서, 네가 조금 더 성숙해졌다는 걸 느낄 거야. 그리고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지금 너에게 어려웠던 일들이 너를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야. 비빔밥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처럼, 인생에는 여러 가지 경험이 필요해. 그중에는 맛있는 고기나 신선한 나물도 있지만, 먹기 싫은 채소도 있단다. 하지만 결국엔 그것들이 모두 모여서 너의 인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거야.


  그러니 앞으로는 하기 싫은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피하지 말고, 비빔밥을 먹듯이 차분히 받아들이고 해결해 나가자. 그 과정에서 너는 더욱 건강하고 강한 사람으로 자라날 거야. 그리고 언젠가 네가 이 말을 떠올리며, "아, 그래서 엄마가 그때 이런 말을 했구나"라고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믿어. 엄마는 언제나 네가 무엇을 하든 응원하고 있으니, 스스로 비빔밥처럼 인생을 멋지게 비벼나가길 바라. 엄마는 그 단단한 마음을 담아 계란 프라이를 멋지게 완성해서 비빔밥 위에 올려놓을게.


아들이 싫어하는 버섯, 부추 등을 아주아주 잘 보이게 올려놓은 엄마
결국 다 비벼졌을 때 그 맛을 기억하길  :)
찐한 축구 연습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아들, 자랑스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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