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려야 한다.
제주에서 주택생활을 하며 마주한 가장 큰 어려움은 단연 벌레다. 남편과 함께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식이씨는 벌레만 보면 다리를 후들거리며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떤다. 제주에서 새하얀 겨울과 살랑살랑 봄을 보내고 다시 벌레의 계절을 맞이했다.
내가 나서야지 안 되겠다 싶다. 이번에는 다이소에 가서 일찌감치 전기 파리채를 하나 들였다. 이른 아침 컴퓨터를 열었는데 마침 모기가 주위를 나른다. 요놈이 겁도 없이 내 팔에 사뿐히 앉았다.
순간 손에 든 전기 파리채를 내 팔에 갖다 댈 뻔했다. 맨손 시절 전적이 많다. 내 볼에 앉은 모기를 잡으려 내 뺨을 셀프로 후려친 적도 있고, 남편의 머리에 앉은 모기를 잡으려 남편의 머리통에 강 스파이크를 날린 적도 있다. (절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다.) 아이들 등짝과 팔은 말할 것도 없다.
맨손일 때는 그나마 괜찮다. 전기 파리채를 손에 들었을 때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모기만 바라보고 생각 없이 행동하다가는 감전될 수 있겠다 싶다.
가진 게 없을 때보다 가진 것이 많을 때 정신을 놓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되는 것이 맞나 보다.
가진 것도 없는데, 무언가를 갖게 되면 경거망동하지 않고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하는 나.
참 웃기는 짬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