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씨와 고사리를 따러 갔다. 배가 고파서 시계를 보니 벌써 열 두시가 다 되었다. 준비해 간 햄버거를 꺼내 들었다. 풀밭에서 먹는 점심은 언제나 설렌다.
음식을 먹을 때 보통 세 번가량만 씹고 꿀꺽 삼키는 식이씨가 약 3분 만에 햄버거를 해치운다. 바지를 털며 일어서다가 한마디 한다.
" 어 여기 말똥 있었네 "
바싹 말라 마치 돌처럼 보이는 말똥이 내 발 바로 옆에 있다. 어쩜, 이렇게 큰 똥이 내 발 바로 옆에 있는데 그런 줄도 모르고 맛있게 햄버거를 먹었다니.
남편에게 폭발적으로 툴툴거렸던 이번주. 나는 남편에게 말한다.
" 아 진짜. 반도 안 먹었는데.."
자리를 옮겨 햄버거를 먹으며 가만 생각한다. 다 먹기 전에 자리를 옮긴 게 좋은 건가, 똥이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맛있게 다 먹은 게 좋은 건가.
남편이 어떻게 행동했더라도 이번주 나의 마음상태로는 남편에게 투덜거렸을 게 분명하다.
남편이 나를 배려해 내가 햄버거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면 "빨리 말했어야지" 하고 말했겠지.
좋고 나쁨은 상황이 아니라 내 마음이 결정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그나저나. 기분이 좋건 나쁘건 도무지 꺼질 줄을 모르는 이놈의 식욕.
햄버거는 언제나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