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뇌경색에 걸린 아빠와 딸의 이야기
병실에서 가장 오래된 분이 누군지를 확인하려면
창가에 계신 분을 보면 된다.
운이 좋아서 갑자기 들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창가 자리를 선호하기 때문에 창가 자리가 비면 그 병실에서 그다음으로 오래된 분이 찜을 하고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즉, 문으로 가까울수록 신참일 확률이 높은 것이다.
아빠가 오랫동안 머물렀던 국립재활원에는 아빠보다 더 오래전에 입원하셔서 아빠가 퇴원할 때도 계셨던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래서 아빠는 좋아하는 창가 자리를 결국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다.
앉아서 창문을 쳐다보고 계시는 말없는 할아버지였다. 그 할아버지가 유독 마음에 쓰였던 것은 늘 홀로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니 할아버지의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냄새가 났고, 음식을 먹고 흘린 병원복을 입고 며칠을 계시기도 했다.
손녀딸이 있다고 하셨다. 명문대를 나와서 유학을 보낸 아들과 내외는 미국에 산다고 했다. 올 연말이 되면 한국에 올 텐데, 바빠서 올 수나 있으려나 모르겠다고 다 빠진 이빨을 보이며 웃으셨다.
(나) 아저씨, 오늘은 잘 지내셨어요?
아빠의 식판과 할아버지의 식판을 함께 들고 와서 드리고, 챙겨서 내보냈다.
매일 작은 수다도 떨었다.
(할아버지) 에효~ 나도 딸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들은 다 쓸모없어~.
(나) 그렇죠? 아들보다는 딸이 대세인 것 같아요.
(할아버지) 그렇지? 나도 겨움이 같은 딸이 있었어야 했는데.
(나) 어휴~ 그럼 아저씨 완전 최고였죠.
(같이) 하하하하~
(나) 항상 건강하세요!
아빠와 퇴원하던 날 할아버지는 내 손을 꼭 오래도록 잡고 놓아주질 않으셨다.
아빠가 계시던 6개월 동안 추석이 지나고, 크리스마스가 지났지만 난 할아버지의 잘난 아들과 똑똑하다는 손녀딸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병원 창 밖의 세상을 그리워하며
사는 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