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준비] 설득을 왜 해야하나..여긴 어디..난 누구...
그렇게까지 여행을 꼭 가야 해?
회사를 그만두고 장기여행을 가겠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왜, 꼭, 그렇게까지?
정말 신물 나게 대답을 해야 했다.
여행을 좋아해서 캠핑카까지 끌고 다니는 엄마도
30대 중반의 다 큰 딸이 기어이 간다고 하니 '진짜 갈 줄은 몰랐다'며 놀라셨으니 뭐.
내가 정말 싫었던 답변들 Worst 3.
3위
"저 내년에 세계여행 갈 거예요."
"정말? (힐끔 쳐다보며) 돈 많은가 봐?"
여행은 팔자 좋은 사람들이나 간다고 생각하는 1차원적인 답변. 친구야, 돈이 많아서 가는 게 아니라 그 돈을 포기할 만큼 내게 가치 있기 때문에 가는 거란다. 네가 사는 명품백 안 사고 가는 거라고!
2위
"저 내년에 세계여행 갈 거예요."
"(심각하게) 여행 가서 뭘 얻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꼭 뭘 얻어야만 하니? 너 그럼 지금 만나는 남자 친구랑은 왜 만나 ㅋㅋㅋㅋㅋ 때로는 다 잃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누군갈 사랑하기도 하고 시간과 열정을 쏟기도 하지. 여행은 증명서나 시험 결과처럼 매길 수 있는 게 아냐. 그건 여행을 다녀본 사람만이 알지. 여행은 일상의 찰나에서 빛을 발하거든.
1위
"저 내년에 세계여행 갈 거예요."
" 세상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아.. 그렇게 오랫동안 여행 다녀오면 취직도 어려울 거고.. 여자 혼자는 무슨 일 당할지도 모르고..!#@#$%(^%&#%#"
예쁜 풍경만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떠나는 여행이 아니야. 여행도 하나의 일상임을 알고, 일상보다 더 힘든 순간의 연속임을 알고 떠나는 거라고. (실제로도 그랬다. 여행은 힘들다.) 내 인생에 대한 걱정은... 친구야 너보다 내가 더 많이 하고 있고, 여자 혼자라 더 조심할 거야. 나머지는 천운에..
암튼 걱정은 내가 너보다 더 하고 있으니.. 쉿!!
그렇게 걱정되면 여행 갔을 때 돈이나 부쳐. 네 걱정의 양만큼 ㅋㅋㅋㅋㅋ
삘받은 김에
여행 가기 전 지인들과 이야기하는 노하우를 몇 가지 말해볼까?
1. 모두가 여행을 지지하지 않음을 염두한다.
- 비판적으로, 한심한 시선으로 답하는 사람도 많다.
- 모두가 나의 결정을 지지하지 않으며, 특히 가까운 사람이 그럴 확률은 더욱 높다.
- 그러니 애초 기대하지 말 것. 그래야 덜 섭섭하다.
2. 티켓팅을 하고 나서, 통보 형태로 말한다.
- "나 여행 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런 질문은 부정적 피드백을 받을 확률이 높다.
- 결심했다면 티켓을 먼저 끊고 통보한다. "나 내년 2월에 여행가." 이런 식. 이미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덜 왈가왈부하고 동조해주려는 성향이 있다.
3.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 상대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왜 모두가 여행에 나와 동일한 가치를 부여하길 바라는가?
-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가 틀린 것도, 내가 틀린 것도 아니니 굳이 설득시키려 에너지를 쏟지 말자.
- 삶에 정답은 없다.
이렇게 힘을 준 사람도 많아요 :) 회사 그만두겠다고 말하고 퉁퉁 부은 눈으로 출근한 날 짝꿍 과장님이 보내준 글!
70세 된 노인이 대학교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건 졸업 후 취직 때문일까? 졸업증명서 때문일까?
안정된 길을 접고, 떠나는 여행자들도 같은 마음이라 생각한다.
어떤 길을 가던, 내 걸음에 대한 책임만 지면 된다.
다른 사람들의 조언은 참고만 할 것.
그러니 이 글도 참고만 해 주세요 :)
짧은 제 인생의 자로 재고, 쓴 글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