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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Nov 13. 2019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는가 생각한 후, 떠난 세계여행

[마음준비] 모두 다 얻을 순 없다. 그래서 평등하다.


"세계여행은 왜 가고 싶은거야?"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나중에는 이 질문을 받으면 지쳐서 답이 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가고 싶어서." 대답하면 상대는 실망한 눈치다. 속으로 아마 그렇게 생각하겠지. '가고 싶다고, 다 가냐?' 


내가 더 멋진 대답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인류의 기원과 문명지를 공부하고 싶었다거나
관광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세계각국의 사람들 인터뷰를 진행할 계획이 있다거나
뭐 그런 들으면 '우와~'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무슨 놀이공원 사람 가는 것 마냥
"가고 싶으니까"라니.. 나도 저 대답이 간지가 나지 않아서 맘에 안든다.

그래도, 어쩌겠냐,
그게 전부인 걸.


무지하게, 겁나게, 나한테 신경질 날 정도로 세계여행이 가고 싶어서 가기로 결심한 여행이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세계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굉장히 자유분방하고 멋질 거라는 것이다.

나는 자유분방한 사람이 아니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다.  대신, 자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다.
직장생활을 10년 넘게 한 것만 봐도 사이즈가 나온다.

나는 멋진 사람이 아니다.

세계여행 가기전에 엄청 재고 따졌으며 세계여행 컨셉도 하나 아직 못 정했다.

그리고 난 겁이 많다.
스쿠버다이빙 이집트에서 오픈워터 딴 이후로 다신 할 생각이 없고,
중국에서 사막썰매 탈 때도 무서워서 아저씨랑 같이 탄 여자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가능한 모든 것들을 고려하고 또 고려하는 나는 소심한 A형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나는  나의 모습이, 나의 삶이
꿈을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바라고
사진과 영상으로 보던 가슴벅찬 풍경 속에 내가 살아숨쉬길 바란다.

그래서
나는 내가

매.우. 피.곤.시.렵.다.


가능하다면  이 꿈을 접고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우리 회사 사람들과 계속 일하고 싶고
돈도 차곡차곡 쌓아서 좋은 집으로 이사가고 싶고
동생이나 엄마나 아빠한테 경제적으로 의존할 가능성을 절대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런 마음보다
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 마음을 따라서 가는 것 뿐이다



얼마나 간절한가,
그것은
얼마나 포기할 수 있는가
이다.



이 마음을 따르기 위해서 30대 중반의 나이에 커리어를 1년 넘게 단절할 계획이고, 모아둔 돈의 2/3를 모두 뿌리고 올 예정이다. 그만큼 포기를 해도 간절하게 이 길을 원하고 있다고 결론이 났기 때문에 실행하기로 했다. 


승진이여 안녕... 적금이여 안녕... 시집이여 안녕...


누구보다 무섭고 두렵다.

그래도 내딛어본다.
그게 나니까,


결국엔 '하고 싶었는데 포기한 것들'을 그리워하게 되지 않을까? 덜 후회하며 살고 싶다.


여행의 끝에 뭐가 있을지 나는 모른다.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그 길 위에서 마주칠 수많은 햇살과 풍경, 죽기 전에 마주칠 일이 없었을 세상 반대편 사람들과의 대화. 그것만으로도 내겐 충분한 이유가 된다.

오늘도
두둥실 꿈꾸는 (현실감각을 애써 지우려는) 나를 다독여


Von voyage!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여행이 되도록
내가 그렇게 만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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