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준비] 여행자 명함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짧은 영어로도 그렇지만, 영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더욱 현지인들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12년 전 4개월 동안 홀로 유럽으로 해서 그리스, 터키,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까지 넘어갔었을 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짓과 눈짓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었던지..
요새는 센스 돋는 여행자들이 많아서 검색을 하다 보니 아예 명함을 파는 트렌드더라. 마침 내가 2년 전부터 어쩌다 보니 제품을 기획하고 생산 총괄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서 충무로 인쇄소랑은 인연이 좀 있다. (종이를 손으로 만지면 몇 g인지 알 정도로 업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훗) 여행 준비물 중 가장 마지막까지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이 '여행자 명함'이었는데, 나의 고민은 일반적인 명함 말고 뭔가 이색적인 걸 만들어 보고 싶었다.
길에서의 인연을, 그냥 지나치지 않도록.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 12년 전에 여행할 때는 길에서 나를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의 이메일 주소와 이름을 수첩에 적고, 그들과의 사진을 메일로 보내주곤 했었다. 또는 한국의 느낌이 물씬 나는 인사동표 책갈피를 2~30개 사들고 다니면서 나눠주곤 했다.
아직도 그때 매일 썼던 여행 일기를 보면 중간중간에 내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의 메일 주소와 이름이 있다. 이제는 기억도 안나는 이름도 수두룩하지만 그 삐뚤거리는 글씨체에서 생각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그 나라가 좋아지는 순간이 있다. 따듯한 마음을 만났을 때다.
그래서 많은 검색과 구상 끝에 한 블로거의 아이디어에 힌트를 받아서 아래와 같이 기획했다. 그분의 블로그를 예전에 지나가면서 봐서 출처를 기록하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한국에 오라는 초청장 카드 형태로 만들었는데 신선했다. 그래서 나는 비행기 티켓의 형태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려고 했으나... 일러 파일로 인쇄소에 넘겨야 했고, 여행 기간이 다가올수록 업무 마무리랑 (참고로 저는 여행 가기 이틀 전까지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여행 스케줄 확인하느라 시간이 나지 않았다. 이럴 때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내가 아는 디자이너분에게 소정의 금액을 드리고 디자인을 의뢰했고 흔쾌히 해 주시겠다고 해서 정말 덕분에 너무 예쁘게 디자인이 나왔다.
아래는 초안.
몇 번의 수정을 거친 후, 최종본!!!
haha hoho에서 스페인어의 h는 묵음이라서... 스페인 사람이 읽으면 '아아오오~~~~'???
결국 내 스페인 이름인 Lucia를 명함에 넣었다.
160매 기준으로 약 12,000원 들었다. 인터넷 인쇄소 중에는 단가가 제일 저렴한 '성원애드피아'에서 작업을 했고, 티켓 사이즈는 내가 정해서 요청했다. 종이는 고급지 랑데뷰 210g으로 선택했고, 한쪽 귀퉁이는 미싱(칸쵸처럼 손으로 뜯으면 뜯기는 부분) 작업까지 했다. 우측의 작은 용지는 나에게 도움을 준 친구의 정보를 적어 내가 보관하고, 나머지 부분(내 정보가 기록된)을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에게 주려고 한다. 헤헤 좋으다.
그리고 3일 후, 택배로 도착.
길에서 만나는 소중한 인연들에게 꼭 줘야지!!!
Ready t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