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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겨움 Nov 16. 2019

여행은 좋지만 비행기 타는 건 너무 무서워.

[주절주절] 난기류 공포증, 어떻해야 하지?


1. 여행 최대의 난제 _비행기


쿠바를 갈 때, '쿠바'라고 외치고 눈을 뜨면 순간이동을 해서 뙇! 도착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행기를 무서워하면서 어떻게 여행을 다녀?" 



그러게나 말이다.

근데 여행의 모든 순간을 사랑할 수는 없다.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비행기 타는 것을 참고 가는 것' 뿐.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하자면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에 앉아 있는 게 싫다. 


자갈밭을 굴러가듯 덜컹덜컹거리거나 안전벨트 착용 신호가 켜지면서 (바이킹을 타듯) 모든 장기가 쑥쑥~ 내려앉는듯한 느낌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매 순간. 우습게도... (삶에 집착하는 현실이 싫어 워우워어~~)



비행기 타기 전 . 긴장 백배


2. 인생 최대의 난기류를 만나다 _ 쿠바행 비행기      


멕시코에서 쿠바를 들어갈 때, 이상하게 비행기를 예약해서 2번 경유했다. 경유도 힘들었지만 좋아하지도 않는 비행기를 하루 동안  세 번 타니 죽을 맛이었다. 결국, 칸쿤에서 쿠바 하바나로 향하는 '에어로 멕시코' 비행기에서 인생 최대의 난기류를 만났다.


출발은 좋았다. 날씨도 쾌청했고 3-3 좌석의 큰 비행기는 미끄러지듯 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행기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난기류를 만났나보구나.'하고 읽던 책에 좀 더 집중했다. 큰 자갈밭을 굴러가듯 심하게 덜컹거리던 비행기가 쑥~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몇 번은 참을만했는데 갑자기 너무 심하게 밑으로 쑤우욱~ 내려앉는 것이다. 마치 물귀신이 다리를 잡아 당기듯 얼굴 살까지 밑으로 다 쏠리는 기분이었다. 벨트를 하고 있던 내 몸이 공중에 떴고, 물컵을 잡고 있던 승객의 물이 그 바람에 다 엎어졌다.



심하게 한 번 더, 그리고 또 반복되었다. 


"아악~~~~~" 승객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책을 황급히 덮고 등을 의자에 바짝 붙였다. 

손잡이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눈을 감았다. 너무 무서워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아..진짜 싫다.....'



몇 번의 미친 난기류가 지난 후 비행기는 안정을 찾기 시작했고 승무원들이 산소 스프레이로 산소를 뿌려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옆 좌석에 앉은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우리 방금 죽을 뻔 했던 거 맞지?' (그녀가 눈으로 말했따)

'응..지옥에 다녀온 기분이었어' (나도 눈으로 대답했다)



이미 몸이 한껏 긴장한 터라 아무것도 집중되지 않았다, 그냥 빨리 공항에 도착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기분이 들었고 하바나 시내가 눈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왠걸.하바나에 비가 엄청나게 오고 있었다. 뿌옇게 젖은 하바나 시내와 함께 90도로 휘날리는 비바람이 비행기 창가를 두드렸다.  


착륙을 앞두고 비행기가 다시 한번 요란하게 흔들렸다. 창문으로 보니 비행기 날개가 위아래로 기우뚱거리면서 하바나 시내가 위 아래로 함께 요동쳐 보였다. 공포감에 도저히 창문을 볼 수가 없어 허리를 굽혀 얼굴을 다리 사이에 묻었다. 



오만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쿠바에 사람들이 가지 말라고 할 때 오지 말 걸..'

'내가 여기서 죽으면 사람들이 마음아파할텐데..'

생각나는 사람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봤다. 한 명 한 명 부를 때마다 마음이 짠했다.


'결국 여행하다가 죽는구나. 쿠바라는 낯선 땅인 건 좀 싫은데..'  


덜컹!

비행기 바퀴가 땅에 닿는 소리가 났다.사람들이 미친듯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쿠바 하바나에 도착을 한 것이다. 안죽고.살아서!!!!

하바나 도착하던 순간.. 내 앞날 같은 느낌의 날씨.


기장 아저씨가 "웰컴투쿠바~"하면서 블라블라 방송을 해 주는 동안 한 가지만 생각했다.


나 그냥 집에 갈래
  



3. 난기류 공포증을 어떻게 해야 하지?


어렸을 때 언청이었는데 장애를 딛고 배우가 된 호아킨 피닉스(Her 영화 남자주인공)처럼, 

대인공포증이 있었는데 이겨내고 개그우먼으로 성공한 박신영씨처럼,

난기류 공포증(내가 만든 이름임..)을 이겨내고 여행의 모든 지점을 사랑하게 될 순 없을까?  




[난기류 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한  (나만의) 노력들]


1) 이건 비행기가 아니라 차를 타고 있는 거라고 상상한다.

- 근데, 비행기인 걸 너무 잘 ~~~ 알고 있어서 큰 도움은 안된다.



2)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서 다른 데 집중한다.

- 비행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기 위한 몸부림...



3)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정하고 운빨에 맡긴다.

- 체념도 능력이다. 


4) 잔다.

-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나, 죽을까봐 무서워서인지 밤비행기 아닌이상 거의 못 잔다.  




에효, 


역경을 이겨내고 공포증을 넘어서고.. 다 그렇게 살 필요가 있나. 그냥 순간 순간들을 충실하게 이겨내보려고 노력하다보면 되겠지. 

비행기가, 난기류를 최대한으로 적게 겪으면서 무사히 가기를 소망하면서...  

쿠바에서 만난 4212버스. "버스타고 쿠바 가고 싶다"


바라는 정도가 아니다. 이건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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