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고맙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하지 않던 말을 하면 불안함을 느낀다.
그 말이 따스할수록 더욱 가중되는 불안감.
아빠가 고맙다고 말하는 걸 들어 본 적이 별로 없다. 아빠는 범사에 감사하는 사람 자체가 아니었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빠를 돌보러 가족들이 와도 버럭~ 소리를 지르고 욕을 건넬 수 있는 용기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빠, 그럴 땐 고맙다고 해야지."
언니나 오빠가 집을 왔다 가면 고맙다고 꼭 말하라고, 아빠가 그렇게 말해야 언니 오빠들도 마음이 풀려서 아빠한테 한 번 올 거 두 번 오는 거라고 설명을 해도 "됐어"하며 말을 끊어버리는 '관계에 서툰 사람'.
"아빠, 뭐 까먹은 말 없어?"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난 아빠에게 용돈을 건넬 때, 이마트에서 장을 많이 봐서 용돈을 더 보내드려야 할 때 꼭 아빠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보낸다. 그런 말을 들어야만 용돈 보내는 자식의 이기적인 마음이 조금이나마 잠재워진다고나 할까?
그러던 아빠가 변했다. 그 시점이 정확하게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전화를 끊기 전 아빠는 말한다.
"고마워."
천안에 아빠를 보러 갔다가, 돌아가겠다고 현관문을 나설 때도 아빠는 불쑥 말한다.
"고마워어~"
난 처음으로 아빠의 고맙다는 말이 싫어지는 감정에 휩싸였다.
어느 날 아빠가 내 곁을 떠날 때, 어설픈 발음으로 고맙다고 말했던 아빠의 마음들이 쌓여서 날 무너트릴까 봐 무서워졌다. 고맙다는 말이 아프게 다가올까 봐 이기적으로 굴고 있는 것이다.
"내가 더 고마워."
지난달부터 아빠의 고맙다는 말에 답례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더 뭐가 고마운 지 정확하겐 모르겠다. 근데 그냥 아빠의 그런 변화도 고맙고, 고맙다는 말을 나한테만 하고 있을 아빠의 마음도 알고 있기에 편애 가득한 아빠의 사랑에도 고맙고, 오늘도 건강하게 내 곁을 지켜주는 아빠의 존재에도 고맙고.
그렇게 고맙다고 말하기 시작하니
정말 다 고마워졌다.
새삼 처음 느껴보는 아빠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