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마지막 날 아빠랑 떡국 먹기

아빠랑 나랑 합치면 이제 100살 넘어요잉~

by 정겨움

"아빠 내년에 몇 살이지?"

"칠십... 음... 칠십... 삼!"

"딩동댕!"


2019년의 마지막 날, 아빠가 계신 천안에 갔다. 간단한 떡국 재료와 한우 국거리를 사 가지고 가서 뚝딱뚝딱 음식을 했다. 작년에는 아빠에게 떡국 한 접시를 못 해드렸던 게 맘에 걸렸는데.. 올해는 만회를 좀 해볼까나~ 좀처럼 사람이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볼 기회가 없는 아빠는 내가 신기한 지, 다 큰 딸이 대견한 건지 옆에 졸졸 따라다닌다.


"가스..."

"국물..."


냄새가 난다고 창문을 열고, 가스밸브를 조심하라고 주의를 주고 국물을 테이블에 흘리지 말라고 휴지를 갖다 주고... 아!!!

그래서 따라다니는 거구나!! 시어머니도 이런 시어머니가 없구먼.


파를 송송 써는 모습에 자신은 팔을 한쪽 쓰지 못해서 칼질을 할 수 없다며 한탄한다.

그 모습이 안쓰러워 내친김에 파를 더 썰어서 비닐에 싸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근데 아빠 저 대파랑 마늘이랑 다 넣고 끓여도 오늘 내가 해 준 떡국보다 맛없을걸?"

"왜?"

"지금 내가 끊인 이 떡국엔 '사랑'이 들어가 있는데 아빠가 혼자 끓여먹는 거엔 없잖아. 맛없지."


아빠는 어이가 없다는 듯 금색 어금니까지 드러내며 환히 웃는다. 생각보다 맛있게 끓인 떡국을 아빠와 함께 먹었다. 아빠랑 내 나이를 합치면 100살이 넘는구나... 내 나이쯤에 아빠는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별별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는 건 싫지 않다. 이 나이를 먹기까지 겪은 나날들이 녹록지 않아서일까, 한 살 먹을수록 성숙해진다는 막연한 믿음 때문일까,


사실은 늘어나는 흰머리와 (엄마랑 아빠 모두 새치가 있었단다. 나는 따블이다) 팔자주름에 신경이 엄청 쓰이기 시작했지만..그래도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해 쿨해지려 한다. 이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니까. 받아들여야지.


온통 흰머리로 변해버린 아빠와 새치로 고민 중인 딸의 떡국 한 상.


이렇게 또 우리의 한 해가 시작되었다.

2020년 아빠와의.평화로운 관계를 기원하며 만든 떡국
올해는 돈돈돈 그만하고, 금니 보이도록
많이 웃으며 살아요.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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