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겨움 Jul 06. 2020

방충망 너머

아빠는 오늘도 손을 흔든다.

아빠,  이제 서울 갈게.”
벌써? 가... 지마”
지금 가야 나도 주말에 쉬지. 가야 .”
“.... 으응.”

아빠는 오늘도 아쉬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 집에 도착한   시간  만이다.  아빠와 오래 있으면 언성이 높아지고 짜증을 부리게 된다. 12시가 땡 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착한  90분이 한계다. 마법이 풀리기 전에 재빨리 아빠 집을 나서야 한다.

오른손을 목발에 의지한  절뚝거리며 아빠는 현관문까지 나온다. “잘 가~ 전화해.” “아빠의 볼에 뽀뽀를 ~  , 신발을 신고 허리를 일으키니 아빠는 벌써 뒤돌았다. 절뚝이며 어디론가 빠르게 걸어가는 뒷모습. 나도 질세라 현관문을 닫고 빌라를 나와 코너를 돈다. 역시나, 작은  창문 방충망 앞에서 아빠가 의기양양하게 기다리고 있다.

아빠는 방충망에 최대한 밀착한 채로 한쪽 손을 흔들면서 인사한다. 방충망에 흐려진 아빠의 표정이 웃고 있는지를 확인한 ,  역시 손을 흔든다. 입술에 손을 갖다   ‘휘익~‘ 날려주면 아빠도 데칼코마니처럼 따라 한다.  모습은 항상  미소 짓게 만든다.

아빠,  진짜 간다.”
쩌렁쩌렁 울리게 소리치면 아빠는 손을 격하게 흔들기 시작한다. 마지막 인사임을 아는 것이다. 뒤돌아 아빠가   이상   없는 길가로 재빨리 몸을 돌린다. 내가 보이지 않아야 아빠가 사라지는 것을  번의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되었다.

180cm 넘는 건장한 체격으로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사업을 했던 아빠. 서구적인 외모에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지닌 매력적인 남자였던 아빠는  인생 가장 거대한 산 같은 사람이었다.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고 두려운, 어두운 그림자로 가득 찬 산이었다. 당신으로 인해 너무 아프다고,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해도 울어도 “쓸데없는 소리 하지 .”하고 길바닥에     버리기도 했다. 지울 수만 있다면 아빠를  인생에서 지우고, 도려내고 싶었다. 말솜씨가 화려했던 아빠가 “우리  사랑해”라고 말하면 그놈의 사랑은 도대체 뭔지 의심스러웠던 시간들이 있었다. 건강했던 아빠가 말하는 사랑은 도무지 와 닿지 않았는데, 아프고   상황이 달라졌다.

뇌경색으로 쓰러진 , 10년의 시간 동안 아빠는  나를 배웅해줬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던 2년은 엘리베이터  또는 병원 정문에서 한쪽 손에 목발을 의지한 채로 내가  보일 때까지  있었다. 퇴원을 하고 집에서 지낸 8 동안은 방충망 앞에서 딸을 배웅하고 있다.

방충망 너머, 오늘도 아빠는 손을 흔든다.

찰칵’, 눈으로 찍어둔다. 죽을 때까지 잊지 말아야지. 아빠가  이토록 사랑해줬던 모습들만 간직하고 살아야지. 아빠로 인해 힘들었던 시간들보다 행복했던 시간들을  많이 기억하고 남겨두며 살아야지. 그것만 기억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사하라 사막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